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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弱달러 정책과 한국
입력2003-05-20 00:00:00
수정
2003.05.20 00:00:00
지난 98년 가을 당시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입만 열면 “강한 달러가 미국에 좋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본 엔화는 1달러당 150엔에 근접했고, 일본은 수백억 달러를 시장에 뿌려 엔화 하락을 막았다. 그러던 미국이 요즘엔 말을 180도 바꾸었다. 지금의 존 스노 재무장관은 달러 하락을 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지는 “약한 달러가 미국 경제에 좋은 뉴스”라고 헤드라인을 뽑았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경기 상황에 따라 자국에 유리하도록 달러 정책을 변경하고, 그 피해가 다른 나라에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미국 경제가 한창 달아올랐던 90년대말에 미국 제조업은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력을 유지했고, 달러 값이 치솟자 해외자금이 물밀 듯 들어와 뉴욕 금융시장에 돈이 넘쳐 났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1만 포인트를 돌파하고,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분야의 거품이 부풀어올랐다.
그러나 2000년부터 뉴욕 증시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미국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환율 정책이 훌륭한 처방이다. 미국은 85년 플라자 협정을 통해 달러를 강제로 절하하면서 자국 제조업을 보호했고, 그 결과로 죽어가던 제너럴 모터스(GM)가 토요다 자동차를 밀어냈다. 미국 기업은 살아났지만, 일본 제조업은 휘청거렸다. 5년후 미국은 장기호황의 문턱에 진입한 반면에 일본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번 달러 약세 정책의 불똥은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한 유럽국가로 튀고 있다. 볼보ㆍ폭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수익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울상이다.
80년대말 한국은 이른바 `엔고(高) 효과`를 톡톡히 보았지만, 지금은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한국 원화가 엔화에 연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달러 약세가 대미 수출은 물론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 홍콩과의 경쟁에서도 불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 원화가 유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은 일본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무임 승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외환시장의 조류가 급변하고 있는 시기에 이웃 나라의 외환 정책에 시장을 맡겨놓은 것이 옳은 일일까. 97년에 미국이 달러 강세 정책을 밀어부칠 때 한국이 외환 정책을 잘못 운영하다가 위기를 겪은 것을 되돌아보면서 국제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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