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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봉하는 영화 ‘블루베리(Blueberry)’는 겉으로 보기엔 영락없는 미국 서부영화. 그러나 ‘존 웨인’류의 정통 서부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웨스턴 활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투신이나 총싸움 장면은 찾기 어렵다. 설사 찾았다 하더라도 화끈한 액션과는 거리가 있다. 영화는 인간의 혼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산’을 둘러싼 주인공과 악당의 대립을 그들의 내면 세계를 통해 그려냈다. 삼촌을 따라 서부의 한 마을에 온 마이크 블루베리(뱅상 카셀)는 마을에 사는 매혹적인 매춘부와 눈이 맞아 사랑을 나눈다. 순간 깡패 두목 월리(마이클 매드슨)가 들이닥치고, 블루베리와 월리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실랑이를 벌인다. 월리의 총에 여인은 목숨을 잃고 블루베리는 코가 부러지면서 치명상을 입는다. 극적으로 인디언 주술사에 구조된 블루베리는 주술사의 신령한 치료로 건강을 회복하면서 보안관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평온했던 삶도 잠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월리가 다시 나타나면서 마을은 혼란에 휩싸인다. 월리는 인디언의 비밀을 캐내 금괴와 영혼을 지배하기 위한 야심을 불태우고 블루베리는 보안관 자리를 내던진 채 월리를 향한 복수심를 불태운다. 이처럼 줄거리 속 영화는 복수심에 불타는 두 서부 총잡이의 단순한 결투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감독의 욕심은 여기에 영혼의 대결을 불어넣었고 결과적으로 이는 실패했다. 영화는 화려한 몸짓도, 세밀한 심리 묘사도 보여주지 못했다. 영혼의 내면 세계를 그려낸답시고 사용한 특수 효과는 특이하기만 할 뿐, 극적 긴장감을 전혀 못 살렸다. 와이즈 샷으로 잡아낸 인디언 마을과 광활한 서부 평원 또한 멋있긴 하지만 영화 내용과의 연결성은 없다. 죽음의 궁지까지 몰린 블루베리가 마리아(줄리엣 루이스)의 사랑의 힘으로 구원된다는 결말에 이르면 2시간의 러닝 타임이 허탈해지기까지 한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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