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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법정구속] 반도체 사업 확대·해외 신성장동력 발굴 급브레이크

■ SK 어떻게 되나<br>자율경영 전환해 당장 경영공백은 없지만 비상경영체제서 대규모 시설 투자 쉽잖아<br>무죄 선고 최재원 부회장 역할 강화 예상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1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됨에 따라 SK그룹의 '글로벌 경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올해 초 계열사들의 자율경영을 강화하는 '따로 또 같이 3.0' 경영체제를 출범시킨 만큼 당장의 경영공백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룹 오너로서 SK의 글로벌 사업을 이끌어온 최 회장의 부재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이날 최 회장의 구속으로 큰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향후 대책마련을 위한 긴급논의에 들어갔다. 아울러 SK는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뜻을 밝혔다. SK그룹은 선고 직후 "무죄 입증을 위해 성심껏 소명했지만 인정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재판부의 판결 취지를 검토한 뒤 변호인단과 협의해 항소 등 법적 절차를 밟아 무죄를 입증해나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

◇글로벌 신사업 확대 차질 불가피=이번 법원의 판결로 최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해온 글로벌 경영과 성장동력 발굴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앞으로 포트폴리오 혁신과 글로벌 경영에 매진해 SK의 새 도약과 국가경제 활력에 일조하는 데 힘을 쏟고자 한다"며 "이와 함께 그룹 내 회사들이 해외에서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노력을 돕는 '서포터'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도 그룹 경영진을 이끌고 16년째 참석해 '퀄컴'과 '시스코' 등 글로벌 전자통신업계의 거물들과 잇따라 만나 사업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가장 큰 애정을 보여왔던 반도체 사업 확대도 차질이 우려된다. SK그룹은 지난해 초 반도체 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최 회장은 이후에도 이탈리아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회사 '아이디어플래시'와 미국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업체 'LAMD'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최 회장의 공백으로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으로 아직 올해 투자계획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라며 "최 회장 구속에 따른 비상경영체제 속에서는 아무래도 과거와 같은 대규모 투자는 이뤄지기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계열사 자율경영 속 최재원 부회장 역할 강화될 듯=SK그룹은 이미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강화하는 경영 시스템인 '따로 또 같이 3.0' 체제로 전환한 만큼 최 회장 구속에 따른 경영공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로 또 같이 3.0'은 계열사의 자율책임경영체제 아래 그룹 단위 경영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6개 위원회가 전담하게 된다. 각 계열사의 CEO와 이사회는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하되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진다.

이에 맞춰 SK그룹은 그룹 회장과 지주회사가 갖고 있던 경영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권한을 각 계열사 이사회에 모두 넘겼다. 최 회장도 지난해 12월 그룹 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그룹 총수 자리를 내려놓았다. 대신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이 새로운 의장에 선임되며 SK그룹은 전문경영인체제로 새롭게 재편됐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법정구속되기는 했지만 이미 SK그룹은 총수의 권한을 계열사 CEO들에게 대폭 위임하는 경영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에 당장 오너 공백에 따른 경영차질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재판부로부터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향후 최 부회장의 역할에 한층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그동안 그룹 부회장단을 이끌며 신사업들을 챙겨온 만큼 오너십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은 형인 최 회장을 대신해 그룹 주요 현안들을 챙기며 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 기존의 신성장동력 개발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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