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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불확실 요인 급부상… 경제 비상등
입력2002-09-25 00:00:00
수정
2002.09.25 00:00:00
유가급등·주가 급락·과잉유동성 문제내수를 바탕으로 한 경기상승세에 가려졌던 대내외 불확실한 요인들이 점차 부정적인 방향으로 치달으면서 한국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제유가가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으로 30달러대로 치솟은데다 주가는 미국발 악재 충격에 연일 연중최저치로 주저앉고 있고 부동산가격 급등을 야기한 시중의 과잉유동성은 불확실한 경기전망 사이에서 통화정책 결정에 발목을 잡고있는 가운데 금융시장과 경제전반에 주름살이 깊게 패어가고 있다.
▶ 국제유가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지난 24일 현지에서 장중 한때 작년 2월이후 19개월만에 가장 높은 31달러선을 돌파했다.
우리나라의 수입비중이 높은 두바이유도 같은날 현지에서 배럴당 27.64달러로전날에 비해 0.66달러 올랐다.
이는 2000년 11월30일 27.65달러 이후 최고치로 올 연초에 비해 배럴당 10달러안팎이나 높은 가격이다.
특히 이달의 국제유가 상승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겹쳐 기업들의 실제 원화 환산 수입가격 상승폭은 더욱 커진다.
이와 관련, 한국석유공사는 시나리오별 전망을 통해 미국-이라크 국지전이 6개월 가량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30∼35달러로 오르고 전쟁이 중동지역으로 확산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을 거부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 40달러대까지 치솟아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국지전 개전 초기에 미국측이 상황을 장악하고 OPEC가 대체공급에 나설 경우 일시적인 급등 이후 1∼2개월안에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금융시장 침체
하루전 연중최저치로 주저앉은 종합주가지수는 25일 하락세를 지속해 오후들어660선마저 붕괴됐다.
코스닥시장도 맥을 못춘채 사흘째 급락세를 지속하며 지수 50선이 붕괴돼 48선으로 추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 50.41로 마감, 작년 9월27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금융시장 불안이 어느정도 진정됨에 따라 8월말 이후 회복세를 보이다 미국 경기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 고조와 함께 재차 극심한 불안속에 내리막길을걷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세계적인 달러가치 상승의 영향으로 전날 3개월만 최고치인 달러당 1천223.7원으로 상승한데 이어 이날 오전 1천124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엔.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이크다"고 말했다.
또 금리인상 시기 논란속에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전날보다0.01%포인트 하락한 연 5.31%에 마감, 하락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과 중동전 발발 가능성에 따른 증시 약세가 금리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 과잉유동성
우리 경제 내부에서는 부동산가격 급등을 촉발한 중대 요인이 된 시중의 과잉유동성이심각한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과잉유동성은 증시 침체를 틈타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면서부동산가격을 폭등시키는 등 부동산 버블을 촉발했다.
이에 따라 버블이 꺼지는 경우 가계 부실과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시중은행 및 카드사들의 주가가 연일 약세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주택가격 급등세가 2∼3년간 지속된 뒤 급락하면 안전장치가없는 금융권이 영향을 받으면서 경제불안이 커지거나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액이 2000년말 40조8천억원에서 2001년말 68조8천억원으로 급증한데 지난 6월말 현재 90조원에 이르는 등 올들어서도 무려 31%나 늘어났다.
이에 대해 재경부와 한국은행 양측 모두 현 경제의 문제점이 과잉유동성에 발생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이의 해소를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가에 대해선 논란을 벌이고 있는 점도 금융시장 혼란의 한 배경이 되고 있다.
한은은 금리인상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반면 재경부는 미 경제의 향방과 이라크 전쟁의 전개 양상 등이 불투명한 만큼 좀더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지금까지는 내수와 수출이 균형있게 성장하고 있으나 미 금융불안, 경기회복 지연에 따라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어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경부 또다른 관계자는 "증가속도 뿐만 아니라 절대 규모 자체가 위험수위에이른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소폭의 금리인상으로는 한계가 있고 만일 금리를 대폭 올리면 대출을 받은 가계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은과 재경부 등 정책당국이 경기 변동을 너무 우선시해 금리를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 결국 과잉유동성을 촉발하고 부동산 버블화를 야기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아직까진 실물경기 견실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정부는 국내 실물경기는 여전히양호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8월중 산업생산이 적어도 7%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7∼8월중 수출도 두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며 "또한 도소매 판매도 백화점 매출실적에비춰볼 때 여전히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반기들어 건설경기 증가세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였으나 수해 복구에 9조원이 투입될 예정이어서 둔화세를 누그러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거시경제팀장은 "여전히 미국 경기의 불투명한 전망 등에서 비롯되는 불확실한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 경기는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찾아가는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3%에서 2.
2%로 낮추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4%에서 2.6%로 대폭 축소하는 등 미국 경기가 더블딥에 빠지지는 않을 지라도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어 대비를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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