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리스크에 남북 간의 긴장감마저 고조되면서 증시가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컨트리 리스크에 민감한 외국인들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서면서 시가총액이 한때 40조원 넘게 증발하기도 했다. 연기금이 20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순매수에 나서면서 그나마 지수 낙폭을 줄였지만 이날 주가 급락으로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도 8.5배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저평가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의 장기화로 당분간은 지수가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섣부른 저가 매수보다는 리스크를 확인한 후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포의 2시간'…시총 한때 44조원 증발=25일 오전10시40분. 북한이 전투준비 태세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증시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전날 스페인의 금융불안 리스크로 유럽과 미국 증시가 하락하면서 가뜩이나 위축됐던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코스피지수는 한때 4% 넘게 폭락하며 낮12시24분에는 1,530선까지 밀리면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급락장에서 주로 점심시간에 주가가 급락하는 이른바 '도시락 폭탄' 현상이 재연되면서 한때 시가총액이 전일보다 44조원이나 줄어들기도 했다. 특히 코스닥지수는 장중 8% 넘게 대폭락하며 437선까지 밀리기도 하는 등 패닉 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다행히 오후 들어 연기금과 투신이 적극적인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는 낙폭을 줄이며 전일보다 2.75% 하락한 1,560포인트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오후 들어 낙폭을 다소 줄였지만 전일보다 5.54%나 빠지면서 450선마저 내주고 말았다. 특히 이날 연기금은 장이 급락하자 무려 2,94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연기금의 이날 하루 순매수 금액은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던 지난 2008년 9월16일(3,153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신도 1,941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기관이 올 들어 가장 활발한 '사자'에 나섰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급락의 근본원인은 유럽 리스크이지만 남북 간 긴장의 강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심화되면서 하락속도를 더욱 키웠다"며 "급락에 따른 단기 반등이 나오더라도 외부변수에 또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셀코리아(Sell Korea)' 다시 강화=이날 급락은 외국인의 매도세 강화가 결정적이었다. 과거 북한 리스크가 부각됐을 때는 비교적 무덤덤하던 외국인이 유럽 악재와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자 대거 '팔자'에 나섰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합쳐 6,000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7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보이면서 이 기간에 무려 3조원어치나 팔아 치웠다. 이로써 5월 이후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6조원대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비정상적인 과매도 국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외국인에 의한 비이성적 오버킬(Over Kill∙과매도) 현상이 빚어졌다"며 "북한 리스크는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이 아닌 변동성을 높여주는 문제라는 점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정점을 지나면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증권은 "남북 간 긴장고조로 당분간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지정학적 리스크는 과거보다 심각해보이지만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저평가 메리트 불구'확인 후 대응' 필요=외국인의 '팔자'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 증권 업계에 다르면 이날 급락으로 12개월 선행이익 기준 PER은 8.5배로 떨어졌다.이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2008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견조세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변수에 의해 주가가 하락하면서 그만큼 가격 매력이 높아졌다. 특히 최근 하락기 동안 이렇다 할 쉼표 한번 찍지 않았다는 점에서 급락 이후의 기술적 반등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럽발(發) 금융 리스크는 글로벌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대처로 지난 리먼브러더스 파산의 경우처럼 심각한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기 낙폭 확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정도는 기대할 만한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한적 수준의 기술적 반등을 넘어 의미 있는 전환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서용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부정적 대외변수들의 영향력을 감안할 경우 국내 증시의 저평가 측면이 부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일단은 리스크 요인들의 해소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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