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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쇼크] 14. 일하는 노인 늘리자

노인 재취업 프로그램 만들자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으려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여기에는 노인도 예외는 아니다.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는데 반해 정년퇴직 연령은 50대 후반으로 고정된 탓에 '노는'노인들이 늘고 있다. 우리 현실에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일하는 노인은 '축복 받은 소수'에 불과하다. " '찾'자(字)의 받침이 틀렸잖아. 할머니는 한글은 잘 읽는데 쓰는 실력이 부족한 것 같아." 학생들의 받아쓰기 답안지를 채점하던 허금수(72) 선생님은 권진희(71) 학생을 이렇게 나무란다. 그러나 계면쩍어 고개를 푹 숙이는 할머니가 안쓰러워서인지 "글씨는 이제 달필이네, 달필."하며 칭찬을 잊지 않는다. 허 선생님은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은퇴한 후 서울 송파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인기있는 '국어선생님'으로 5년째 활동하고 있다. 환갑을 훌쩍 넘긴 김철수(63)씨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택배서비스를 하는 업체에 다닌다. 그는 "강남까지 물건을 배달하면 7,000원은 받아야 해. 그런데 경쟁업체들이 많아져 요즘엔 4,000원밖에 못받아. 너무 힘들어." 라고 말하면서도 웃음을 감추지 않는다. 김씨는 "돈벌이는 시원치 않지만 손자들 과자값이라도 벌고, 또 밖에서 활동하니 보람도 느낀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 일하는 실버는 아름다운데 허 선생님이나 김씨처럼 일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돈과 건강을 위해서다. 50대중반에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겐 돈도 돈이지만 마땅히 소일할 '꺼리'가 없다는 게 더 큰 고통이다. 돈이 있다고 해도 독자적으로 생계를 꾸려가기란 쉽지 않다. 60이 넘은 '젊은' 노인들은 퇴직금이 있다 해도 저금리탓에 이자만 가지고는 도저히 삶을 꾸려나가기 어렵다. 그래서 노인들은 일을 찾아 이곳저곳을 전전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이 일자리를 얻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시니어클럽을 통해 일자리를 얻은 김철수씨나 노인복지관에서 자원봉사의 기회를 얻은 허금수씨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 '노는' 노인을 줄여라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원해도 일을 못하는 현상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노인들이 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재산이나 소득을 갖지 못하면 연금, 의료재정을 압박하게 된다. 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내거나 사회간접자본(SOC)나 투자지원 등 복지외 예산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노년의 복지를 사회보장제도로만 충당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허준수 숭실대 노인복지연구센터소장은 "이런 사실은 선진국의 경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며 "노는 노인을 줄이는 방향으로 노동시장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연령차별을 법으로 금지하라 국내 기업들의 입사 제한연령은 평균 31.6세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들이 설 자리는 아예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은 "고령화시대에는 고용의 패러다임이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며 "나이를 이유로 고용을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년을 연장하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정부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년 퇴직 연령을 높이는 것"이라고 권고했다. 미국은 연령차별금지법을 도입하면서 정년 퇴직 제도를 전면 금지시켰다.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한림대 교수)는 "일본 근로자의 평균 퇴직연령은 66세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56세에 불과하다"며 "고령화에 잘 대응하려면 재정을 논하기 앞서 개인들의 경제적 수명을 연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는 정년퇴직제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법안을 개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 재취업 교육프로그램을 늘려라 이원덕 노동연구원장은 "경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고령퇴직자들의 창업이나 재취업을 돕기 위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기업들의 노력도 요구된다. 퇴직하는 직원들을 위해 기업내에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기업은 한국통신, 삼성생명 등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서울시 종로 시니어클럽의 운영을 맡고 있는 지성희 신부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재취업을 돕는다면 노인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장기적으로는 그만큼의 세금부담을 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노인인력뱅크를 만들자 정부는 지난7월 노인의 고용과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노인인력뱅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기획예산처가 난색을 표명하는 바람에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다. 문혜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장은 "정보화가 진전되고 고학력 노인들이 많이 나올 것에 대비해 인력 네트워크를 촘촘히 짜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하고 싶어하는 노인들의 욕구를 반영해 정년, 명예, 조기퇴직자들의 특성을 코드화하고 이를 창업이나, 고용, 유급 자원봉사로 연계시키는 시스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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