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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미 경제 약점도 있다
입력1997-10-04 00:00:00
수정
1997.10.04 00:00:00
정상범 기자
◎고성장·저인플레 달성불구/서비스·소기업 생산성 하락/소득격차·고용불안 심화도미국경제가 사상 최장의 호황을 누리면서 월가에서는 이른바 「신경제론」이 새로운 경제이론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7년간 미국이 높은 성장률 달성과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데 성공, 유례없는 바람직한 경제모델을 창출해냈기 때문이다.
신경제론의 핵심은 90년대 미국의 정보기술혁명과 정보화 투자 확대가 생산성 향상을 초래, 고성장과 물가 안정이 양립하도록 만들었다는 것. 실제로 미국은 지난 1·4분기에 4.9%의 성장률을 기록한데 이어 2·4분기에도 당초 예상과 달리 성장률이 3.6%를 기록했다. 이에반해 실업률은 5% 이하로 떨어져 2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인플레이션은 2.5%수준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신경제론자들은 나아가 경기의 상승과 하강곡선이라는 전통적인 경기 사이클이 이제 더이상 미국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얼마전 『7년째 들어선 미국의 경기 확대는 기술 혁신이 가져온 100년에 한 번 발생할만한 구조변화』라고 발언, 지지기반을 급속히 넓혀가고 있다.
정보화 투자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에 큰 기여를 했고 특히 미국의 견실한 경제환경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상무성이 최근 「정보화 투자와 생산유발효과」에 관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정보관련설비 투자가 1% 늘어나면 제조업(내구재)에 0.68%의 생산성 증대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서비스업이나 도소매업종의 경우 0.3% 이하로 낮은 편이고 건설업의 경우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제조업(내구재)은 지난 77∼94년중 매년 평균 5.2%씩 생산성이 상승, 업종중 가장 높은 편이었다.
이같은 생산성 증가가 곧바로 물가 안정효과를 낳은 것이다. 미국의 28개 업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9∼94년동안 노동생산성이 1% 상승하면 물가수준을 0.9% 끌어내리는 것으로 입증됐다.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이 노동비용을 억제하고 가격 안정에 큰 기여를 하고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점은 이같은 정보혁명의 수혜대상이 그리 많지 않은데다 서비스업 등 생산성 상승률이 낮은 분야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소기업들에 나타나는 노동비용 증가와 생산성 하락현상, 인력 수급난은 신경제론의 최대 약점이다.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고용 불안이 증대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정보기술 발전은 전문능력의 질을 변화시켜 고소득 근로자와 저임금 단순노동자로 구분되는 양극화현상을 심화시켰다. 지난 89년이후 중졸 및 고졸학력자의 연간소득은 9.9%, 3.0% 각각 감소한데 반해 대졸자는 2.59%, 석·박사학위 소유자는 47.0%나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상대적으로 비숙련 저임근로자가 집중돼있는 서비스업종에서 임금이 급등하고 인력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저임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율은 평균보다 약 1%포인트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금 상승이 생산성 상승율을 떨어뜨리고 서비스업에서 노동비용 부담을 가중시켜 서비스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신경제론이 상당한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앞으로 계속 검증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처럼 이론상의 헛점이 적지않기 때문이다.<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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