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여름 휴가를 시작했다. 휴가의 시작은 그러나 달콤한 휴식 대신 또 다른 업무였다. 박 회장은 사실상 휴가 첫 날인 21일 상의 회관으로 출근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농식품 수출 및 소비 확대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유정복 인천시장을 만나 인천아시안 게임 성공개최를 위해 면담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수장으로서의 업무였다.
박 회장은 현재 상의회장 외에도 환경보전협회 회장, 한국경영교육인증원 이사장, 국립오페라단 후원회장, 바보의 나눔 이사, 마리아수녀회 후원회 회장, 정동극장 이사장,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이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회 이사 등 경영과 문화, 봉사, 스포츠 분야를 넘나들며 9개의 외부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두산 대표이사를 포함하면 1인 10역을 수행하는 셈이다.
최근 박 회장처럼 광폭행보를 보이는 그룹 총수가 많아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총수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조 회장은 그룹업무 외에 대한체육회 부회장과 대한탁구협회장,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 남가주대 재단이사,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 에쓰-오일 이사회 의장 등 총 22개에 이르는 외부 단체, 기관의 보직을 역임하고 있다.
특히 조 회장의 활동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사퇴에 따라 한미 재계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올 초에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전략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이달 들어서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그룹 내에서도 10대 그룹 회장 가운데 가장 많은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과 ㈜한진, 한진칼, 정석기업 대표이사에 이어 올해 한진해운의 대표이사까지 역임하고 있다. 그룹 안팎을 통틀어 '1인 27역'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이)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매일 아침 8시께 대한항공의 강서구 본사로 출근해 '커피 브레이크'라는 대한항공의 정례 회의 주재를 빠뜨리지 않고 있다"며 "주 1~2회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도 방문하고 수시로 평창조직위 등을 찾아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최근 대외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롯데케미칼 및 롯데제과 대표이사 외에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한국인도네시아 동반자협의회 경제계 회장, 아시아소사이어티코리아센터 회장을 맡아 활동중이다.
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은 그룹이 어려워진 2010년을 전후해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프로골프협회장을 비롯한 다양한 직책에서 모두 물러났지만 한중우호협회장 직만은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 박 회장은 한중우호협회 사무국을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사옥 내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사무실에 함께 두고 수시로 업무를 보고 받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한중우호협회가 주최한 한중수교22주년 기념 음악회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지난 6년간 세계에너지협의회(WEC) 부회장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회장으로 취임해 경영 외에 세계 에너지 업계의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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