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대 펀더멘털’ 글로벌 증시의 동반강세 및 기업이익 증가 등 펀더멘털 개선 기대감과 증시 안팎으로 불안한 수급상황이 팽팽한 ‘기(氣)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 증시가 랠리를 펼치면서 ‘동조화’ 기대감이 높아졌고 기업이익 개선 조짐도 나타나면서 24일 코스피지수는 사흘째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그 폭은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 연일 지속되는 외국인 매도세와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 둔화, 3조원에 달하는 매수차익거래 잔고 등이 수급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불안한 수급상황으로 인해 당분간 증시가 정체할 것이란 전망과 수급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며 조만간 전고점 돌파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불안한 수급, 증시 발목 잡나=증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주식형 펀드 수탁액이 지난주 주간 단위로 순유출을 기록, 25주 만에 처음으로 자금이 빠져나갔다. 주식형 펀드 수탁액의 일평균 증가액 역시 지난 5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월별 기준으로 5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다. 이달 초 일시적인 순매수를 보였던 외국인들도 다시 매도세로 돌아서 최근 9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고 있다. 잠재적인 프로그램 매물로 간주되는 매수차익거래잔고는 사상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하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현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의 수급상황은 충분히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확보하는 데는 한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높아지는 펀더멘털 개선 기대감=반면 3ㆍ4분기 어닝시즌이 진행 중인 가운데 기업이익 전망이 턴어라운드하고 있는 점은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지수 상승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한국증권에 따르면 이달 MSCI한국지수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5개월 만에 플러스로 반전했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 주요 IT제품 단가의 상승, 환율안정 등을 감안하면 기업이익 전망의 상향 조정 흐름은 향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도 “국내 기업들의 분기별 영업이익 증감률(전년 동기 대비)이 지난 2ㆍ4분기를 바닥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4ㆍ4분기부터 실적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실적호전에 힘입어 주식시장도 상승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영증권 역시 “외국인 매도가 상승시도를 하는 증시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며 주 중반 이후 이달 초의 전고점을 향해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익 모멘텀의 ‘확산’이 관건=전문가들은 현재 턴어라운드하고 있는 기업이익이 개선추세가 확연히 가시화될 경우 불안한 수급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주춤하고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것은 기업이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가계 금융자산 대비 주식형 펀드의 비중이 아직 높지 않고 저금리 상황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이익 모멘텀의 회복이라는 계기만 주어지면 주식형 펀드 수탁액이 다시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이익 모멘텀의 회복이 가시화할 경우 외국인 매도압박도 둔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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