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를 각오하면 살길이 생기고 살길에 눈을 빼앗기면 죽음이 찾아온다. 목숨을 돌보지 않고 부딪쳐간 이창호의 제1차 패의 격돌은 멋지게 성공한다. 일단 최철한이 먼저 꼬리를 내렸다. 흑27로 따낸 것이 그것. 이제 백이 41의 자리에 뚝 끊어 버리면 흑 12점이 패에 목숨을 맡겨야 한다. 그 패는 흑이 만패불청할 공산이 크며 그 패가 일단락되고 나면 상변의 백대마는 자동적으로 사망이다. 이창호는 그 패의 결행을 보류하고 백30으로 묘한 곳을 건드렸다. 상변 왼쪽의 흑이 아직은 미생이라는 점을 추궁하면서 여차직하면 42의 자리에 젖혀 또 다른 패의 여지를 남기겠다는 끈끈한 착점이다. 31로 하나 붙여놓고 33으로 문제의 우변 패를 해결한 것은 당연. 또한 41로 곱게 연결한 것도 당연했다. 백42가 놓이자 검토실에서는 제2차 패의 격돌이 즉시 벌어질 것을 예측했는데 그곳의 패는 일단 보류되었다. 그냥은 팻감 부족으로 백이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창호는 상변 제1선(49의 자리)에서 패를 내는 것보다 50으로 새로운 패를 내는 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실전보 44로는 46에 그냥 끊는 것이 정수. 이런 실수를 했다는 사실은 이창호의 컨디션이 그리 좋은 편이 못됨을 말해 준다. 백50으로 끊어서 드디어 제2차 패의 격돌이 벌어졌다. “이창호가 교묘하게 작품을 엮어냈다. 이 패는 보기보다 엄청나게 크다. 이 패를 백이 이긴다면 상변의 백대마를 희생했어도 백이 유망하다.” 해설위원 김인9단이 검토실에서 한 말이었다. (33…26의 아래. 40…26)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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