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건호 "물갈이·보복인사 없다"

崔금감원장 거부권행사 안할 듯… KB 금융제재 심의 내주 초 확정

■ 금감원, KB지주 회장·행장 경징계 조치 이후

겉으론 괜찮다지만… '불안한 동거' 예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앞줄 왼쪽)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앞줄 오른쪽) 등 그룹 계열사 대표들이 금융감독원의 제재 직후인 22일 경기도 가평 백련사에서 열린 템플스테이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제공=KB금융지주

"이미 수습 어려운 관계" 갈등 봉합할지 미지수

"전산기 교체 문제 최우선" 李행장 사태해결 의지 불구

제재심서도 잘잘못 안밝혀… 원만한 의사결정 어려울듯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조치로 은행장 자리를 유지하게 된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 등과 연계해) 물갈이 인사나 보복 인사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또한 임영록 KB지주 회장과의 관계회복 문제에 대해 "특별히 갈등이라고 할 것이 없다"며 "처음부터 회장과의 관계에서 풀어야 할 만한 것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 제재심은 앞서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사전 통보한 것과 달리 경징계 조치를 했으며 최수현 금감원장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행장은 경징계가 결정된 직후인 지난 21일 임 회장과 함께 경기도 가평 백련사로 나란히 템플스테이를 떠나기에 앞서 한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민은행 차기 인사 문제와 관련, "다른 인사 요인도 있을 수 있지만 임기 만료된 인사 외에는 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은행 임원 인사는 금감원 제재심이 지연되고 이 행장의 징계수위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지연돼왔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 4명에 대해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계약을 임시 연장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심에서 이 행장이 경징계를 받고 자리를 유지할 경우 국민은행 내부에 상당히 큰 폭의 물갈이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은행 일부 임원들이 지주 측과 지나치게 유착돼 행장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그러나 보복 인사 또는 물갈이 인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앞으로 경영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해법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전산기와 관련해 중단된 의사결정을 이사진과 의논해 끌고 나가는 것이고 언제든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며 "징계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났으니 유보했던 주전산기 교체 문제부터 이사진과 의논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사외이사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은행 이사회는 현재 사용 중인 IBM의 메인시스템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지난 4월 결정했으나, 이 행장과 정병기 감사가 주전산기 교체 결정 과정에서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민은행은 심각한 내분 사태를 겪었다.



금감원 검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사외이사 측과 이 행장 측은 타협점을 찾지 못했으며 최근에는 사외이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IBM측을 시장 지배적 지위남용 혐의로 제소하기도 했다. 특히 지주 측이 유닉스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문제는 회장과 행장의 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을 비롯해 KB 측 임원들이 이 사안과 관련해 모두 경징계를 받기는 했으나 금감원 제재심에서도 누구의 잘못인지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은 만큼 행장 뜻대로 의사결정이 원만히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행장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부분에 대해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유보해 놓자고 한 것으로, 이제 결론이 났으니 앞으로 잘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또 이날 출근 저지 투쟁 등을 벌인 노조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필요 이상으로 확대돼서 갈등이나 이런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상당 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점차 해결해 나가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기간의 경영 공백로 국민은행의 영업력 등이 실추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 동안 열심히 일해준 직원들이 정말 고맙고 직원들을 믿고 있다"며 "이제 혼란이 가라 앉았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 행장이 이처럼 국민은행 사태가 원만히 수습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으나 금융계에서는 KB 수뇌부 간의 '불편한 동거'가 장기화되고, 그 과정에서 KB의 곪은 상처가 언젠가 다시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회장과 행장이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없는 것처럼 밝히고 있지만, 금융계에서는 이미 양측이 수습하기 어려운 관계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룹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KB는 회장과 행장이 불협화음을 내는 이상 그룹이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없는 구조다. 최근 각고의 노력 끝에 KB지주가 LIG손보를 인수하기도 했지만 국민은행 조직의 지원이 없이는 LIG손보 경영이 제대로 될 리도 없다.

이에 따라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이번 경징계 조치를 계기로 대외적으로는 갈등을 봉합하려는 시도는 할 가능성이 높다. KB노조, 금융당국, 국회 등 KB 내·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가평 백련사에서 기자와 만난 임 회장도 "제일 중요한 것은 소통과 화합이라고 생각하며 임원들과 같이 마음을 바로잡는 그런 일정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KB 내부는 이들의 관계를 여전히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두 사람의 갈등이 이어지면 KB는 결국 또다시 사고 뱅크가 될 수 밖에 없다"며 "두 사람이 정말 제대로 화합할 자신이 없으면 한 쪽이 물러나든지 뭔가 정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