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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인가 방임인가/손놓은 감독기관 부실화 조장(위기의 은행:하)

◎한보연루 임원들 행장 추천에 “이의없다”/재경원선 신탁계정 통제… 각종규제 남발은행도 하나의 기업이다.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가급적 수익을 많이 내야 하고 다른 기업과의 외형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 그러나 은행에 대해 이같은 기업성만 강조되지는 않는다. 은행은 불특정다수로부터 예금을 끌어들여 불특정 다수의 기업과 가계에 대출을 해줌으로써 경제자원을 배분하고 경제전체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측면 때문에 단지 기업으로서의 속성만 강조될 수 없다. 한 은행의 부실화는 경제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어 경제시스템의 안정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은행의 공공성도 강조된다. 은행의 경영건전성을 관리·감독하는 은행감독기관의 존재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은행들이 이같은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은 바로 엄밀한 의미에서의 은행감독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감독원이라는 하드웨어는 존재하지만 은행 경영건전성에 대한 관리감독이라는 소프트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정책당국의 무원칙하고 무책임한 정책방향도 국내 은행들이 만신창이가 된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다. 이번 한보사태의 결과처리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재경원은 잘못된 정책판단에 따른 부작용의 뒷처리를 은행들의 자금지원에 떠맡기고 있다. 재경원은 은행의 책임경영체제구축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입으로는 쉴 새 없이 되뇌이면서도 은행임원들의 선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은행업무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신탁계정에 대한 통제권을 손아귀에 틀어쥐고 각종 규제를 남발, 자율적인 은행경영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다. 은감원이 은행감독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도 금융정책의 주무부처인 재경원의 강력한 영향력하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보사태를 겪으면서 은감원은 감독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이미 상실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은감원은 한보관련 은행들에 대한 정기검사에서는 「이상없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특검결과 대출취급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은감원은 정기검사 당시 일부 은행에 대해 「한보관련 대출에 주의를 요한다」는 코멘트성 지적을 했었음을 부각시키느라 안감힘을 썼다. 해당은행들에 대한 제재수위도 마찬가지다. 은감원은 구속된 한보관련 전현직 은행장들에 대해서는 문책경고조치를 준엄히 내렸다. 그러나 나머지 한보대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감사 전무 등 임원들에 대해서는 주의적 경고 혹은 주의촉구라는 경미한 제재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를 뒤흔들 정도의 대형금융사고에 연루된 은행 임원들이 행장으로, 또 감사로 추천된데 대해 은행감독기관은 이의가 없다고 말한다. 은감원이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이행치 못한 사실은 이미 한보이전에도 드러나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은행의 유가증권평가충당금 적립비율의 고무줄식 적용이다. 은행의 자산건전성 확보를 위해 은감원은 금융기관 감독규정에 유가증권평가충당금을 1백% 쌓도록 하고 있으나 단서조항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은감원장이 이를 신축적으로 적용토록 돼 있다. 지난 95년이후 은행들은 주식시장 침체로 매년 거액의 주식평가손을 기록했다. 은감원은 은행들이 유가증권평가충당금을 1백% 쌓을 경우 대부분의 은행이 적자결산이 불가피해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95년에는 30%, 지난해에도 30%만 쌓도록 했다. 은감원의 이같은 「은행봐주기」는 결국 은행들이 가격변동위험이 높은 주식투자를 적정수준 이상 하도록 묵인하는 결과를 가져와 은행 부실화를 오히려 조장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출범시키고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은행 자율에 의한 경영건전성 확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은행감독체계하에서 은행 자율적인 경영건전성확보를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라는 지적이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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