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총체적 난국을 기회로
입력2003-06-01 00:00:00
수정
2003.06.01 00:00:00
최근 속속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는 향후 우리 경제의 향방을 쉽게 가늠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복잡한 상황에 더해 정책대응마저 각론적으로 얽혀지면서 민간경제 주체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놓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비를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가닥조차 잡기 어려운 처지이다.
더욱이 국정운영능력이나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논하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들릴 정도로 체제적 위험으로 파급될 수 있는 불안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경상수지 적자와 급속한 경기냉각, 카드채와 SK사태, 부동산 문제와 금융권의 위험 과민반응, 청년실업과 신용불량자 급증, 노사문제의 격화, 집단적 이기주의와 공권력에 대한 경시분위기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우리만의 탓도 아니며 실제 패닉할 필요도 없다. 세상이 무너져도 헤쳐나올 수 있는 역동성이 우리를 그동안 수많은 난관에서 지켜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좀더 나은 미래를 기대한다면 그저 막연한 낙관에 의존하기보다 철저한 준비와 총체적 대응을 통해 지금의 어려움을 벗어나야 한다.
우선 현재의 어려움은 대부분 예상된 위험이다. 첫째, 구조조정의 고통은 세계화와 구조적 결함을 지니고 있는 국제금융체제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이다. 개방도가 높은 경제가 세계적 경기흐름에 노출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선진체제에 의존하는 자본흐름은 결국 개도국에 엄청난 체제변환 압력을 일방적으로 행사하기 마련이다.
구조조정의 고통은 새로운 환경하의 생존질서 재정립을 의미한다. 고통을 겪고 나서야 우리 경제체제는 보다 효율화될 것이며 보다 큰 역량을 통해 웬만한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구비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조정과정에서의 비용을 어떻게 나눠가지는 가에 달려 있다. 목소리가 큰 집단순서로 이익이 보호된다면 이는 결국 전체 체제의 효율성 제고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선진경제로의 진입이 불가능함을 뜻한다. 집단적 이익이 우선될 경우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마저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 그 피해는 물론 서민층에 집중된다.
둘째, 단임제하에서 상부구조의 정책결정과정은 중장기적 대비에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왜곡요인을 안고 있다. 정치순환이 경기순환을 지배하는 현실은 실제 개도국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더욱이 시장안정이 개방과 구조조정과정에서 수시로 위협받는 환경에서는 정책개입의 우선순위가 체제적 발전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정해지기 쉽다. 즉 정치적 요인에 의한 왜곡을 줄이지 않는 한 경제문제는 효율성의 기준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우리 사회 전반의 경쟁력과 지배구조상의 문제로 확대돼 경제의 활력을 소진하게 된다.
셋째, 시장기반이나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상태에서 경기부침이 거듭될 수록 구조적 불균형은 더욱 확대되기 마련이며 이를 방치할 경우 더 이상의 안정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재분배정책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하지만 사실 우리의 소득수준에서 성장과 분배는 병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느 한쪽을 희생한 목표달성은 결국 정치적 압력을 증폭시켜 일관된 체제개선을 저해한다. 자본흐름도 투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으며 개도국은 선진국이 단기 이익을 챙기는 장으로서의 소극적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금융이 불안한데 견조한 성장의 토대인 산업기반의 형성과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넷째, 정책처방은 증상의 원인까지 침투하는 양면접근방법에 토대를 둬야 한다. 직접적인 개입의 효과와 더불어 시스템 측면에서의 개선효과를 동시에 추구해야 비로소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 신용불량자와 가계부채의 연착륙 문제는 신용흐름의 관리와 더불어 성장동인, 즉 고용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위험산정을 방해하는 시장마찰요인을 줄이지 않으면 시스템차원의 시장작동을 통한 신용위험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어려움은 일견 과거에 경험한 것들이 경기순환상 되풀이되는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은 세계적 동조화를 배경으로 나타나고 있어 대순환의 일부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며 그 조정과정도 일국의 정책만으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역내협력ㆍ블록화 등의 추세는 구조적 변화로 촉발된 현 상황의 새로운 단면을 대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증상완화적 단기처방의 비용을 고려하면서 보다 장기적으로 넓은 안목을 가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노령화와 재정수요의 증가, 부채규모의 확대 등 경제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제반 요인들을 관리하려면 시장확보 차원에서 대규모 개발계획이 강구되고 추진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필요성은 거듭 확인되고 있다. 북핵 문제로 불확실성에 가려진 동북아시아는 사실 이러한 수급불균형을 해소해줄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장이다. 우리가 이러한 기회를 간과하고 기존 패러다임 내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면 우리는 밝은 미래 대신 더욱 심각한 난국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