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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대구 신천동 무역회관 건물에 자리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고교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예비 창업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대구센터와 삼성전자가 주관하는 '크리에이티랩(C-랩) 벤처창업 공모전'의 1차 심사를 통과하고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모인 팀들이다.
박상욱(세종국제고2)군과 이동헌(충북고2)군은 학교에 들어서면 모바일기기에 출결 시스템 등 각종 교육 플랫폼이 자동 실행되는 아이디어를 창안했다. 둘은 "학생의 눈높이에서 발견한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당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구까지 내려온 박군의 아버지는 "최종 선발돼 아들이 창업을 하고 싶어한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힘껏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은·주상희(숙명여대 산업디자인2)씨는 신체감각이 없는 장애인들의 생체정보를 수집해 몸의 이상을 알려주는 착용형(웨어러블) 기기를 발표했다. 이들은 "신체감각이 떨어지는 장애인들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기기"라며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창업의 꿈도 이루고 싶었다"고 했다.
참가자들의 아이디어는 이처럼 거창한 기술보다는 일상 속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데서 출발한 것이 많았다. 이날 심사위원이자 선배 창업가로서 참석한 벤처1세대멘토링센터 소속 변수룡 멘토는 "이미 사업화 직전에 있는 아이디어들도 눈에 띄었다"면서 "창업에 대한 사람들의 열기가 대단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선일 대구센터장은 "원래 3,720개 팀 중 1차로 60개만 남기려 했는데 참가자들의 열정이 대단해 16팀을 추가했다"며 "뽑히지 못한 아이디어들도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중소기업청이나 여타 벤처 투자자들과 연결시켜 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진정으로 창업가들의 산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구를 포함해 전국 17개 센터가 긴밀히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초로 출범한 대구센터가 성공해야 다른 센터들도 본받을 수 있다"면서 "창업가 1~3기가 거쳐갈 향후 2~3년이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한 팀은 총 76개. 이 중 20여개 팀이 선발돼 오는 22일부터 대구 무역회관에 마련된 C-랩에 입주하게 된다. 삼성은 선발된 팀에 초기지원금 2,000만원을 비롯해 사업화까지 최대 5억원을 지원한다. 선발팀의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C-랩은 둘레를 2~3개 팀이 한 구획씩 나눠 쓰면서 한가운데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회의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서재 형태로 디자인됐다. 구글의 창업지원기관인 '싱귤래리티대학'과 유사한 구조다. 임종태 삼성전자 부장은 "예비 창업가들이 열린 공간에서 소통하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보완하고 성장시킬 수 있도록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센터들을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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