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아침. 금호아시아나그룹 홍보팀에 출근한 이효영 대리는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그룹 오너인 박삼구 회장이 직접 초콜릿을 들고 와서 이 대리에게 건내는 것이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인가’하며 어리둥절한 이 대리에게 박 회장이 “오늘이 화이트데이잖아. 열심히 일해줘서 고맙네”라며 격려를 한다. 이날 박 회장은 화이트데이를 맞아 5,870여명의 그룹 및 계열사 여사원들에게 일제히 초코릿을 ‘쐈다’. 그중에서도 회장 집무실에서 가까운 사무실은 짬을 내 직접 방문했는데 마침 이 대리가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이날 아침엔 해외 직원들도 책상에 놓인 초콜릿 선물로 즐거운 하루를 맞을 수 있었다. “보통 그룹 총수라고 하면 어렵게 대하게 되잖아요. 헌데 직접 선물까지 받으니 집안 어른 같고 좋네요. 가족과 친구들이 저의 직장을 부러워할 때면 뿌듯해져요.”(이 대리) 금호아시아나의 사내분위기가 더욱 명랑해지고 있다. 올해를 그룹 재도약의 해로 정하면서 임직원들의 기 살리기에 경영진들이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의 화이트데이 초콜릿 선물도 이런 맥락. 화기애애한 직장 만들기에는 최고경영자(CEO)들도 함께 나서고 있다. 이원태 금호고속 사장은 매일 새벽 6시에 터미널을 출발하는 여객버스 운전기사들을 하루도 빠짐 없이 배웅하기로 유명하다. 아침 졸음에 겨워 힘 겹게 운전대를 잡은 이 회사 운전기사들도 아침마다 자신들을 챙겨주는 이 사장의 밝은 미소를 보면 기운이 절로 난다. 휴대폰과 컴퓨터를 젊은 사람 뺨 칠 정도로 잘 다루는 신훈 부회장은 직원들과 자주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친근감를 높인다. “회사가 잘 돌아가려면 임직원들간에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해요. 바쁜 일상 속에서 틈틈히 날린 짧은 문자 한 통이 서로 간에 얼마나 큰 기쁨과 신뢰를 주는 지는 해본 사람만이 알지요”(신 부회장) 아시아나항공의 임직원들은 아예 분기별로 찜질방이나 영화관 등에서 이색 모임을 갖는다. 무슨 ‘번개팅’인 것 같지만 사실은 이 회사가 사원들간 열린 대화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분기마다 여는 공식행사다. 행사명은 ‘오픈 플라자’. 긴장된 업무공간에서 보면 딱딱하기만 했던 표정들도 일탈된 공간에서 만나면 한없이 부드럽고 친근해진다. 2010년 매출 20조 달성을 중장기 비전으로 선정한 금호아시아나. 그룹 전략경영본부의 오남수 사장은 “기업의 잠재력은 결국 임직원들의 단결된 힘에서 나온다”며 “금호아시아나의 열린 사내 문화이야 말로 그 어떤 자산보다도 소중한 재도약의 힘”이라고 자신했다. 주부대학 등 임직원 가족까지 배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에서 신경영의 묘를 배운다' 천하를 얻으려면 먼저 가정을 다스리라 했던가. 구시대의 공자왈로만 흘려듣던 이야기가 대기업의 혁신경영에서 재해석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임직원의 가정까지 챙기는 이색 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가 지난 2003년부터 열고 있는 '주부대학'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매년 12차례씩 임직원의 안주인들을 위해 개강하는 주부대학은 1박 2일 코스로 가정생활에서 반드시 챙겨야할 건강을 비롯한 다양한 테마특강과 다채로운 야외행사가 준비돼 있어 인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선 임직원 부부동반 행사도 다양하게 열린다. 지난 2002년부터는 우수 임직원의 가족들을 대상으로 '부부동반 워크숍'을 열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매년 11월에는 그 해의 사내 품질경영대회나 대외 행사에서 수상한 임직원들을 부부동반으로 초청해 격려하는 이벤트도 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제는 직원들의 가족도 회사의 일원이라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며 "그룹차원에서 사원들의 가족가지 챙겨주는 이벤트가 열리면서 애사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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