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부출연연 첨단연구 “그림의 떡”
입력1997-09-05 00:00:00
수정
1997.09.05 00:00:00
허두영 기자
◎예산부족 DB 등 정보화 기반 열악/급여관리 등 초보적 행정전산화 그쳐/SW개발지원·시설투자 서둘러야첨단 연구와 기술 개발을 내걸고 있는 과기처 산하 출연연구기관들이 그 목표에 걸맞는 정보화 기반 시설을 갖추지 못해 연구개발활동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전자결재·화상회의·인트라넷·그룹웨어 등을 갖추고 있는데 반해 출연연구기관들은 이제 겨우 급여관리·자재관리 등 초보적인 행정관리 전산화를 마무리하는 부끄러운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천문대같은 일부 기관은 경영관리시스템(MIS)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해 중소기업보다 못한 연구환경에서 머나먼 첨단 연구를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소장 김인수)의 김치용·이정원 박사팀은 최근 과기처 산하 18개 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 「출연의 정보화 실태조사 및 정보인프라 강화방안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출연연구기관의 전산조직은 대부분 행정 또는 기획부서의 실·과·팀 단위로 운영되고 있어 연구지원보다 행정지원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전산부서는 평균 10명 안팎의 적은 인력과 연간 4∼5억원의 빈약한 예산으로 주전산기 운영·통신망 관리·행정전산프로그램 개발·전산기술 지원 등의 업무에 그쳐 연구부서의 연구개발활동을 지원하는 업무는 매우 미흡하다.
출연연구기관은 또 1인당 486·585급으로 평균 1.12대의 PC를 갖고 주전산기의 성능과 용량도 뛰어나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충분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SW) 측면에서는 매우 빈약하다. 또 SW는 대부분 행정관리용으로 연구용이 매우 부족하다.
실제로 연구원의 80%가 「순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SW가 필요하다」, 90%가 「SW가 연구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며 연구용 SW를 요구하지만 제대로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의 연구기관은 연구용 소프트웨어를 대부분 자체 개발하여 사용하는 반면 한국의 출연연구기관은 75%가 선진국에서 수입하고 14%가 연구부서에서 자체 해결하며, 전산실의 지원을 받는 경우는 3.6%에 그친다.
자체 해결하는 연구부서는 전산부서의 열악한 인력과 예산 때문에 전산부서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자체 인력과 연구비를 쪼개 연구용 SW를 개발하고 있다. 또 프로젝트베이스시스템(PBS) 때문에 SW 개발비용이 전산부서에 할당되지 않는 것도 전산부서가 도와주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첨단 연구는 그 진행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연구용 SW는 3년 이상 사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번 사용한 연구용 SW는 그때마다 수정하거나 성능을 향상시켜야 한다.
연구용 SW는 한번 수입하면 수정하거나 성능을 향상시킬 때마다 수입한 기관으로부터 상당한 비용을 주고 유지보수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선진국의 연구를 앞서지 못하고 항상 뒤쫓아 갈 수 밖에 없다.
출연연구기관의 연구부서에서 주로 사용하는 SW는 문서작성·전자우편·인터넷 검색·데이터베이스(DB) 검색·계산표 작성 등의 순서로 나타난다.
따라서 대부분 연구보고서를 작성하거나 관련 소식을 주고받는데 그칠 뿐, 기술정보를 검색하고 공동연구하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가상 연구실」(Virtual Lab)은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이는 출연연구기관들이 예산 부족으로 자체 연구보고서조차 DB로 만들지 못하고 따라서 데이터베이스가 빈약하여 충분한 기술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자체적으로 DB를 구축하여 외부에 제공하는 기관은 한국과학재단과 연구개발정보센터 둘뿐으로, 나머지 기관은 자체 DB 구축사업도 『언젠가 되겠지』라는 식으로 대책없이 미루고 있다.
협동연구는 자신의 연구에 필요한 대상을 찾는데서 시작한다. DB를 뒤져 누가 어떤 내용의 연구를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어야 협동연구를 모색할 수 있다. 따라서 이같은 DB를 갖추지 못한다면 협동연구는 사실상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에 대덕에 있는 한 출연연구기관 전산부서의 직원은 『인터넷은 당초 미국 국방연구소(ARPA)의 국방전산망에서 시작, 과학재단(NSF)의 연구전산망으로 확장되어 현재 전자상거래를 통해 세계의 중추신경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연구전산망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또 『출연연구기관의 연구부서는 첨단을 추구하는데 이를 지원하는 전산부서의 예산과 인력은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며 『과기처는 연구기관의 연구환경은 제대로 갖추어주지 않고 연구성과만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허두영 기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