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은 뒤 실적공시를 수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또는 손익 30%(대규모 법인은 15%) 이상 변경’ 신고 법인 중 하루에 5건 안팎의 수정공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변경 공시는 대규모 실적변동이 발생한 기업에서 주로 발생, 주가관리 차원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전방은 지난달 25일 영업이익이 2억4,0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회계감사 뒤 정정공시를 통해 “재고자산 평가손실 40억원을 매출원가로 재분류하면서 영업손실이 38억원이나 발생, 적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 차이가 무려 40억원 가까이 된다. 또 일성건설도 지난달 3일 45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다고 공시했지만 지난 4일 정정공시를 통해 ‘영업손실 23억원, 이익감소’로 수정했다. SKC는 지난달 7일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매출액이 574억원 가량 늘어 총 1조3,891억원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3일 감사결과를 반영한 정정공시에서는 매출액이 오히려 지난해보다 50억원이 줄어 차액이 620억원에 달했다. 코스닥 기업에서도 이 같은 사례는 줄을 잇고 있다. IHQ는 실적정정으로 매출액이 258억원에서 355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영업이익ㆍ경상이익ㆍ당기순이익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헤드라인정보의 경우도 경상이익이 3억9,000만원에서 -7,392만원으로 바뀌면서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고 당기순이익도 6억4,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급감했다. 또 나코는 당초 경상이익과 당기순익이 각각 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고 밝혔으나 감사를 받은 후에는 2억4,0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정정했다. 이밖에 위자드소프트는 지분법평가손실을 추가로 반영하면서 경상손실 규모가 32억원에서 66억원으로, 순손실은 23억원에서 57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나기도 했다. 증권선물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내부직원이 실적을 집계하기 때문에 감사 후 실적이 다를 수 있지만 그 차이가 너무 큰 경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공시수정 전후의 차액이 클 경우 고의적인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사실관계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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