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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 만큼 올랐다."
연초 이후 대형주를 제치고 상승 랠리를 펼쳐온 중소형주가 슬슬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대형주의 발목을 잡았던 미국ㆍ중국ㆍ유럽의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데다 중소형주 자체가 과열권에 진입한 만큼 줄여뒀던 대형주 포트폴리오를 조금씩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3.06포인트(1.19%) 오른 1,964.31포인트를 기록하며 2주 만에 1,960선을 회복했다.
전날(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을 뛰어넘는 강세를 나타낸데다 중국의 경기부양책 발표 시점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더해져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G2에 이어 유럽발 훈풍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유로존 주요 금융 인사들이 추가 통화 완화 정책 등 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발언을 연이어 쏟아낸 것. 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이 같은 외부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2,111억원, 806억원을 사들여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경기 불안'이라는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그 속에 가려져 있던 대형주의 투자 매력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후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지수는 1.74% 빠졌다. 반면 정부 정책 모멘텀 등 개별 재료에 탄력을 받은 중소형주는 강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 중형주지수와 소형주지수는 각각 2.26%, 12.99% 상승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지난주만 해도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중소형주 장세가 연장되는 분위기였지만 이번주에는 중국의 경기부양책 기대감에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고 있고 낙폭이 컸던 업종 대표주를 중심으로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며 "자연스레 그동안 크게 오른 일부 중소형주는 변동성이 커져 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대외 훈풍이 아니더라도 중소형주의 나홀로 장세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 오르기에는 몸값이 이미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대형주 지수 내 종목 평균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인 반면 소형주는 1.6배다. PBR는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 자산 가치가 증시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형주가 대형주에 비해 상당히 고평가돼 있는 상황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소형주는 이미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높아 호재에 둔감하고 악재에 민감한 상태가 됐고 반대로 낙폭이 컸던 대형주는 웬만한 악재에는 내성이 생겨 대형주와 소형주 간 수익률 격차가 좁혀지는 '평균으로의 회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PBR가 크게 떨어진 대형주가 오히려 가치주라는 생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오 이사는 PBR가 1배 미만으로 내려온 포스코(0.6배), 두산중공업(034020)(0.8배), 하나금융(0.5배), LG디스플레이(034220)(0.8배), SK이노베이션(096770)(0.7배) 등 대형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경기회복시 제 가치를 찾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투자기간을 길게 잡고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지난해 상반기에도 신정부 집권에 따른 정부 정책 모멘텀에 상승세가 확대됐지만 5월을 고점으로 차익실현 욕구가 나타나면서 하락 전환했다"며 "올해 중소형주 강세도 지난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4월에는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와 낙폭과대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형주로의 과도한 방향전환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배 연구위원은 "4월 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주요 대형주의 올 1·4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진다"며 "1·4분기 실적은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실적 발표를 전후로 대형주가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실적 시즌이 끝나는 5월 이후에는 중국과 브라질 등 이머징 경기 회복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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