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실물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경기 추락을 막기 위해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돼야 한다는 주장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세 차례나 낮췄으니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 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해 최근 국내·해외 경제연구소가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금리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세 차례 낮췄지만 소비·투자 확대 효과는 미미한 반면 가계부채는 급증해 오히려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는 자제하고 재정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현대연은 보고서를 통해 "내외수 동반부진으로 'L'자형의 미약한 회복세가 우려된다. 단기 경기부양책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일단 통화정책 면에서 보면 추가 금리 인하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이다. 통상 6개월을 전후해 효과를 내는 금리 인하의 시차를 고려했을 때 관련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협(사진) 현대연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 8월, 10월 금리 인하 후 연말·연초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금리 인하는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 이 실장은 "올 1·4분기 가계부채와 소득 증가율(전년 대비)은 각각 7.3%와 2.6%로 부채가 소득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해 소비심리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실물경기 제고 효과는 별로인 반면 가계부채만 불릴 수 있다"며 "통화정책은 돈이 꼭 필요한 부분에 선별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대신 재정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확장적 재정정책은 단기적 경기부양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고, 특히 경기 침체기를 벗어나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고 평가했다. 2003년 카드 사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재빨리 추경을 편성한 것이 경기 회복에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했다는 게 이 실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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