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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세계화 빛과 그늘] 5.표류하는 국립한의대 설립

정책부재ㆍ의료계반대에 `제자리걸음` >>관련기사 한방세계화를 위한 첫 걸음은 무엇보다 정책적 육성의 뒷받침이라고 할 수 있는 독립 한의약육성법 제정과 국립한의대 설치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그 동안 한의학계는 한의약 발전이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기존 11개 사립 한의대 외에 서울대에 한의대가 설치되어야 한다는 건의서를 교육인적자원부 등에 제출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립 한의대를 설치할 것을 주장해 왔다. 세계 한의약시장이 중국 정부의 계획과 주도하에 완전 장악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국립 서울대 한의대`는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지방 국립대에 한의대를 설치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투명성 논란 등으로 추진과정에서 무산됐다. 그러나 한의학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립 한의대 설치문제에 의욕을 보이지 않는 것은 한방정책 부재에다 의료계의 반대입장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10월 의사협회는 정부가 국립 한의대 설치문제를 표면화 하자 일간지 광고를 통해 `국립 한의과대학 신설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국립 한의대 설치는 ▲의료일원화를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며 ▲의사공급 과잉 ▲의대ㆍ한의대 신ㆍ증설을 불허한다는 정부정책의 위배 ▲한의대 부실우려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의협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한의학은 국립 한의대 설치라는 단순논리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면서 “세계적인 표준설정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한의학의 과학화라는 일련의 검증과정을 반드시 거치거나 현대의학과 통합 일원화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의학계는 “국립 한의대 설치는 동양의학의 세계화 붐을 조성하고, 국가차원의 한의학 교육의지의 천명이며 세계 한의약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라고 맞받아 쳤다. 특히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학의 과학화와 의료 일원화에 대해 “세계 최고의 한의학 육성과 역할을 의과대학이 담당해야 한다는 의협의 사고는 서양의학에 의한 한의학의 평가만이 한의학의 육성이라고 보는 오류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의학계는 전국 11개 한의대의 경우 재정여건이 열악한 사학재단 소속이어서 체계적인 연구지원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학문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립 한의대 설치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고, 여기에다 부설 한방병원 설립을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 입장도 매도할 일은 아니지만 한방이 의료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사립대에만 11개 한의대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립 한의대 설치는 보건산업의 진흥과 한의학 뒷받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의학계도 국립 한의대 설치가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한의대 입학정원(750명)을 당장 동결하더라도 2012년 이후에는 공급과잉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의학계가 국립 한의대 설치를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을 이기주의라고 몰아 부치는 것은 곤란하다. 대체의학 등이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의 핵심분야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립 한의대 설치는 세계 한의약시장의 진출을 위해 풀어야 할 기본적인 과제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한의학계가 한의사 공급과잉 등을 이유로 반대하더라도 정부입장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제약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이 매년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싱가포르 에 대체의학연구소를 세우고 싱가포르 정부와 생약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것은 동양의학을 한 수 아래로 내리깔고 보는 대상이 아니라 미래가치에 대한 새로운 투자분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재원이 부족한 사립 한의대에서 암이나 에이즈 등 만성질환 치료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서울대에 한의대 설치가 현실적으로 힘이 든다면 단독 국립 한의대 설치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립 한의대 설치는 인력의 효율적 운용과 1,200조 세계 한의약시장의 진출을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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