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자 고액자산가들이 미술품이나 농산물, 선박 등 실물 자산을 대상으로 만든 펀드 상품에 발길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0년 말 389개였던 특별자산펀드는 지난해말 410개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별자산펀드란 홍삼, 한우 등 농축산물부터 미술품, 영화, 선박, 도로, 옥외광고, 유전사업, 태양광발전 사업에 다양한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로 투자자산을 매각하거나 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목할 점은 특별자산펀드 중 기관과 고액자산가들이 주로 가입하는 사모펀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공모형 펀드는 최근 1년새 32개에서 29개로 줄어든 반면, 기관 또는 특정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투자자금을 모아 운영되는 사모형 펀드는 357개에서 381개로 늘어났다.
설정액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7년에 6조원이 채 안되던 사모펀드는 2010년에는 13조7,000억원으로 불어나더니 지난해에는 16조6,000억원까지 급증했다. 불과 4년새 설정액이 3배나 늘어난 것이다. 공모형 펀드가 2010년 2조9,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같은 특별자산펀드의 급증세는 불안한 경기 속에 주식ㆍ채권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고액 투자자들이 대안투자 상품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남의 한 PB센터 차장은 "증시 침체와 저금리로 일부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은 다양한 운용방식의 사모펀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주로 안정적인 공모주나 만기가 짧은 채권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관심을 두되, 자산ㆍ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특별자산펀드로도 일부 자산을 나눠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별자산펀드의 편입 대상 자산이 다양한 만큼 수익률 편차도 심하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선박펀드의 경우 하이자산운용의 하이골드오션선박특별자산 1[수익권]종류A, 하나UBS운용의 대한세계로선박사모특별자산펀드, 대신운용의 대신사모바다로특별자산 등이 최근 1년간 1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미술품에 투자하는 한국투자사모컨템포러리명품아트특별자산 1(금전채권)(A), 하이마스터피스사모특별자산 1[금전채권], 한국사모명품아트특별자산 1(C) 등 아트펀드는 국내 미술시장 불황속에서도 4~13% 대의 양호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펀드는 50% 이상 손실을 보는 것은 물론, 원금을 거의 다 까먹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특정 자산에 대한 시장 상황과 전망 등을 고려해 분산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산투자 측면에서는 다양한 투자 선택 기회가 있어 매력적일 수 있지만, 오히려 실물 자산은 주식이나 채권보다 변동성이 커 리스크를 키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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