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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입력2004-02-05 00:00:00
수정
2004.02.05 00:00:00
김희원 기자
사실 영화라는 장르 만큼 애국심 고양에 적당한 수단도 없다. 할리우드가 자국민의 긍지를 붇돋우는 영화를 그토록 반복, 생산해 내는 이유다. 이같이 `현재적 애국심`에 호소하는 영화 한 편을 우리도 갖게 될 것 같다. 숱한 기록과 화제를 세우며 5일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그것이다.
1950년대 서울. 서로를 제 몸처럼 아끼는 형제, 진태(장동건)와 진석(원빈)이 화면 에 등장한다. 진태는 똑똑한 동생을 출세 시키고자 구두닦이로 일하며 뒷바라지 하고 있는 중. 내년엔 동생이 대학에 입학하고 9월엔 약혼녀 영신(이은주)과 결혼도 앞두고 있으니, 청년의 눈에는 순진한 꿈이 가득 하다.
하지만 평범한 6월의 어느날. 이들의 운명이 송두리째 바뀌는 사건이 일어난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피난길에 나섰던 형제는 대구역 앞에서 군용 열차에 태워진다. 동생만은 돌려보내 달라며 대대장을 찾았던 진태는 훈장을 받으면 그리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곤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앞장 선다. 점점 더 광기를 발해가는 형을 지켜 보며 진석의 마음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2시간 48분에 걸친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사실적인 화면. 순 제작비에만 147억원을 투입한 영화는 낙동강 방어선, 평양 시가지, 휴전선 부근 두밀령 고지 등의 대규모 전투 장면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역동성을 창출하는데 성공한다. 800여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피란 장면 등 그간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과감한 물량 공세 역시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도 눈에 띄지만 영화적 개연성까지 방해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태극기…`는 전쟁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나 완성도의 신선함으로 돋보이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역사적 파고에 희생될 수 밖에 없었던 민초들의 삶을 따라가고 있지만, 당시 극심했던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나 사성적 논쟁의 파장까지 용해하고 있지는 않다. 누수를 자극하는 각도나 감동 모두가 감독의 전작인 `쉬리`수준.
하지만 되려 이 면이 영화의 대중성을 점치게 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영화는 영웅심이나 전우애를 강조하는 할리우드 전쟁 영화와도 다르지만, 전쟁 세대의 상처를 자극하거나 비 전쟁 세대의 불편함(?)을 유도할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도 모두 피해간다.
영화를 보며 새삼 놀라게 되는 사실은 우리가 이 전쟁으로부터 고작 50여년을 더 살았을 뿐이라는 점이다. `태극기…`가 시사하듯 개인의 안녕은 실상 국가적 안위와 직결된 문제. 각 개인의 마음을 파고 드는 메시지도 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 보면, 휴먼 드라마 한 편이 `상생`을 지향하는 효과까지 낳았나 싶어진다. `제목만큼은 다소 우익(?)적`이라며 멋적이 웃던 강 감독은 다소 의도적인 이유로 후반 작업 및 녹음에 있어서까지 `국산 100%`를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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