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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로 몸체 만들기(사설)

한보비리 첫 공판에서 한리헌·이석채 두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대출압력 혐의가 드러났다.또 검찰이 「깃털」로 「몸체」 만들기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더욱 짙게 했다. 첫 공판만으로도 모든 사람들이 괜히 검찰을 불신하는게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괜히 축소 은폐수사라는 의심을 품는게 아니라는 것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검찰은 아직도 의혹의 실체를 벗기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홍인길 의원이 청와대 총무수석때 한·이경제수석을 통해 4개은행에 대출 압력을 넣어 한보에 9천5백억원을 대출받게 해줬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금융계는 턱도 없는 얘기라는 반응이다. 경제수석의 말 몇마디로 그 엄청난 돈을 내줄 은행장은 없으며 더욱이 95∼96년은 관련은행들이 한보에서 발을 빼려 하고 있을 때여서 「윗선」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 이라는 것이다. 설사 그렇다 해도 나머지 5조원의 대출은 어떻게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특히 검찰은 수사초기에 한·이 두 전수석의 대출압력을 밝혀내고도 지금까지 숨겨 오다가 공판 첫날에야 뒤늦게 발표함으로써 은폐 의혹을 짙게 풍긴다. 돈을 받은 사실이 없기 때문에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돈만 받지 않으면 무혐의 처리하기로 한다면 어떠한 압력이나 직권남용도 허용된다는 뜻인지, 국민들은 또 한번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다. 검찰 태도가 아리송한 것은 홍의원에 대한 신문에서 역력히 나타났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홍의원 윗선의 배후가 없음을 강조하려고 애쓰는 듯 했다. 「깃털」이라고 자칭한 홍의원을 「몸체」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홍의원도 스스로 몸체 임을 시인하는 자세로 변했다. 희생양으로 만들려 한다는 말도 이제와서 부인했다. 그러나 그가 「총대」를 메기로 한 것일지 모르나 그를 「몸체」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 경제수석을 끌어들이고 스스로 몸체 임을 자인한다 해도 「깃털」은 깃털일 뿐이고 깃털이 아무리 모여도 결코 몸체는 될 수 없다. 상황이 이런 이상 한보비리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가 불가피하다. 검찰이 몸체 밝혀 내기에서 빗겨간다면 불신과 의혹은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사태를 악화시키고 혼란을 불러온 것도 검찰의 축소 짜맞추기 수사 의혹 탓이다. 일찍이 의지를 갖고 성역없이 엄정한 수사를 했더라면 이처럼 정치·사회적 혼란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문민정부 도덕성이 실추되거나 대통령이 사과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은 대통령에 누를 끼치고 국민에게 좌절감을 안긴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재수사나 특별검사제 도입이 검찰로서는 적지않은 부담일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은폐해서 의혹을 부풀리는데 따른 국가적 부담에 비할 것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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