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저자의 작고 1주기를 맞아 두 권의 책이 발간됐다. '자본주의…'는 자본 전체의 이론적 구조를 설명했던 '노동 가치 이론 연구'(1997)의 후속작으로 현실 자본주의 역사를 분석한다. 책은 저자가 2004년 원고를 완성했으나 컴퓨터에 저장한 원고 파일을 찾지 못해 생전에 나오지 못하다가 최근 유족들에 의해 발견돼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책은 전쟁으로 시작한 20세기 자본주의의 전개과정을 핵심적으로 짚어내면서 세계화와 금융투기로 특정 지어지는 세기말 자본주의를 비판한 후 한국의 현 상황 분석으로 연결한다. 저자는 비판적이지만 균형잡힌 시각으로 근대 경제학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넘나들며 자본주의의 과거ㆍ현재ㆍ미래를 성찰하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을 풀어놨다. 책은 1970년대를 자본주의 황금기가 막을 내린 시점이라고 보고 당시 한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를 분석한다. 또 1980년대를 경쟁 중심의 세계화 토대가 마련된 시기로 보고 한국사회의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남북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한반도의 최대 변수는 미국이며, 미국이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며 "현상유지의 틀 내에서 남북이 접근하기 위해서는 경제를 미국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북 공조와 대미 공조 둘 중 택일하라는 주문이다. 그는 "정치로 막힌 것을 경제가 뚫도록 해야 한다"며 "애초에 길이 있어 사람이 다닌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다니다 보니 길이 생긴 것처럼 부딪치면서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한민족의 고단한 운명"이라고 말을 맺었다. 함께 발간된 '심장은…'은 그의 아홉번째 칼럼집으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를 포괄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날카로운 비판정신을 만날 수 있다. 언론인이자 교수였던 저자의 유고집은 자칭 비주류 경제학자이자 논객으로 평생을 살았던 그의 사상이 유려한 문체에 오롯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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