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3월 유영호(50) 화우테크 사장은 부푼 꿈을 안고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시 수치제어(CNC) 전문업체에서 LED조명으로의 사업전환을 추진하던 유 사장은 일본 현지에서 AM재팬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판매ㆍ유통을 담당할 합작사인 화우재팬을 설립했다. 자본금 규모 52억3,000만엔의 화우재팬은 일본측 파트너가 대부분의 자본을 대고 화우테크에선 첨단기술을 공급하는 유리한 조건으로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그가 LED조명사업에 뛰어들면서 꿈꾸었던 글로벌 LED조명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유 사장은 "기술력에선 한국보다 앞서 있다고 자신하던 일본기업으로부터 오히려 한국 제품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받았던 셈"이라며 "화우테크가 세계시장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고 회상했다. 유 사장이 요즘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는 LED조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CNC전용장비 제작기술을 바탕으로 LED칩을 탑재한 라이트패널 생산이 계기로 작용했다. 지하철역, 백화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벽면부착형 광고판으로 사용되는 라이트패널은 냉음극형광램프(CCFL)이 광원으로 사용되는데 CCFL의 특성상 다양한 디자인이 어려워 이를 극복하기 위한 광원을 찾던 중 LED를 발견한 것이다. 유 사장은 "당시 LED칩은 가격도 비싸고 형광등에 비해 상당히 어두웠지만 우선 공급처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고 탑재된 LED칩의 개수를 늘려 밝기를 개선한 제품으로 영업에 나섰다"며 "LED를 광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대기업도 진출하지 않은 분야여서 기술수준이나 생산여건 등 경쟁상황이 비슷해 화우테크가 발 빠르게 움직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라이트패널을 해외에 공급하고 수많은 해외전시회를 둘러보면서 유 사장은 LED가 조명제품에 쓰이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LED조명에 대한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우선 기존의 라이트 패널을 응용할 수 있는 평판형 디자인 제품인 루미시트 램프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시하며 LED조명 회사로서의 탈바꿈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할로겐 램프나 백열등을 대체할 수 있는 전구형 LED조명인 루미다스를 개발해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LED조명의 에너지 절약효과가 높은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억제 등의 요구가 높은 일본 등 선진국 영업에 집중했고 이는 곧바로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지난해 LED조명분야의 매출은 608억원에 달했다. 기존 사업부인 CNC전용장비 분야의 매출 134억원과 비교할 때 놀라운 성과였다. 유 사장은 "지난 20년간에 걸쳐 어느정도 회사를 키워낼 수 있었던 것은 남들이 아무도 가지않은 길을 한발 앞서 찾아 나섰기 때문일 것"이라며 "대기업 등이 미처 눈돌리지 못한 틈새시장을 찾아 발빠르게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이 멀쩡히 다니던 보험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1989년 화우테크의 전신인 화우기계를 설립한 것은 병실에서 창업으로 마음을 바꿔 먹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 사장은 "직장생활 3년째 되던 해에 검도대회에 출전해 발목을 다쳐 한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샐러리맨으로서의 생활을 돌아보면서'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 길로 청계천에서 전기 제품 판매업을 하는 작은 아버지의 창고 한 칸을 빌려 설계와 가공 관련기술을 익혔다. 이 때 익힌 기계 관련기술들은 이후 사업을 하면서도 철학과 출신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여느 엔지니어 못지 않는 탄탄한 실력을 갖추도록 만들었다. 사업초기에는 독일에서 CNC 조각장비를 들여와서 판매했다. 외국 장비를 뜯어보고 외국에 의뢰해야 하는 사후 서비스를 직접 해결해 가면서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게 됐고 마침내 자체 설계로 CNC자동조각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유 사장은 "당시 일반 조각기 분야는 외국과 100년 이상의 기술 격차기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인 레이저방식으로 눈을 돌렸고 레이저 조각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해 조각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잘나가던 그도 시련을 맞게 됐다. IMF외환위기 사태로 시중자금이 경색되고 시장금리가 30%까지 치솟으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위축됐고 매출도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유 사장은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중 지인의 소개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을 대상으로 회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제품을 소개하는 '힘내세요 사장님'이라는 프로에 출연하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제품이 널리 알려졌고 회사에 투자를 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나타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오늘의 위치에 오르게 됐지만 유 사장은 이 같은 성장에 결코 만족하지 않고 있다. LED조명에서만 1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부천시 오정동에 연면적 4만2000㎡(1만2700평) 규모의 신공장을 짓는 등 남보다 한발 앞선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첨단 LED조명으로 꾸며진 이 공장은 이 회사 조명 브랜드인 `루미다스` 제품을 연간 400만개나 만들어낼 수 있다. 유 사장은 "금융위기 직전에 자금을 조달해 신속하게 투자에 나섬으로써 금융위기로 투자에 나서지 못한 경쟁업체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며 "올 한해 금융위기로 충분히 숨을 고른만큼 내년부터 계획대로 본격적인 성장궤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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