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호 이사장이 헤이리라는 소프트웨어를 구상한 인물이라면 ㈜예공 아트스페이스의 대표건축가 우경국씨는 그 소프트웨어를 건축물로 구체화시킨 사람중의 한 명이다. 46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나 한양대 건축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 87년 ‘예공건축 우경국 스튜디오’를 개설했고, 한국강구조 작품 우수상, 건축문화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관수정, 몽학재, 남명기념관, 입암스퀘어, 평심정 등이 주요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헤이리 조성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98년쯤 집사람하고 전원에서 작업을 하고 싶어서 이 주변을 돌아다녔어요. 그러던 중 헤이리 회원을 모집한다는 얘기를 들은게 인연이 됐지요. 그 때까지만 해도 회원들의 머릿속엔 구체적인 인식이 없어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했지. 마을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지, 문화 뿐 만 아니라 생태적 요소의 가미 여부, 또 각자 나름대로 짓기 보다는 건축가 풀을 영입해 설계를 하는 방법을 모색했어요. 그래야 일관된 컨셉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요” -김언호 이사장하고 친분이 있었나요. “아뇨. 만나봤더니 구상이 좋더라고. 영국 헤이온와이에 가본 후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 같습디다. 그런데 내 생각하고는 거리가 있어서 조율을 해나갔지. 현대 건축문화에 대한 학습도 같이 하고…. 문화비즈니스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인데 사람만 모였다고 공동체가 생성되겠어요. 구체적인 방법이 부족했지. 나름대로 룰을 정해놓고, 그것을 따르기로 하고 자연풍경이 연장된 것 같은 아름다움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췄어요. 회원들이 처음에는 생소하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가고 있어요. 그런 인식은 그냥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창작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건축이라는 화두에 대입시켜 놓고 본 헤이리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예전에는 좋은 건축물을 보려면 해외로 나갔는데 이제는 반대가 됐어요. 외국 건축가들이 이 마을을 보러 와요. 일본은 물론 동남아 건축가 모임이 와서 세미나를 하고 갔고, 중국에서도 난징대학교 교수와 건축가들이 25명이나 와서 마을 구성을 보고 흥분하더군.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도 왔었고,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대 총장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건축문화의 역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요. 문제는 헤이리에 얼마나 의미 있는 예술ㆍ문화적 담론을 형성하느냐 하는 건데,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예술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과제에요. 여기 있는 성원들에 내재한 예술적 잠재력을 한데 모으는데 일조하고 싶어요” -헤이리가 애초 취지대로 모습을 갖춰 가고 있나요. “차이가 있어요. 질서가 있는 마을을 만들어야 하는데 자기를 다 드러내 보이려고 하니 충돌과 부조화가 생겨요. 기대에 못 미치는 건축물도 있고…. 제일 심각한 것은 고객들이 건축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건축가들은 모든 것을 다 생각하고 설계하는데 고객들은 타당성 없는 주장으로 갈등을 빚기도 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이런 마을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서양에서는 개인주의가 너무 강해 이런 공동체의 미를 추구할 수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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