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의 늪에 빠졌던 내수시장이 브라질월드컵과 여름 시즌을 앞두고 소비심리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회적 집단 우울증에 빠져 지갑을 닫았던 소비자들이 최근 들어 카드 사용을 조금씩 늘리기 시작했고 판촉활동을 전면 중단했던 백화점·홈쇼핑·대형마트 등은 소비심리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월드컵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애쓰는 모습이다. 직격탄을 맞은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의 이용객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TV홈쇼핑업체인 GS샵은 최근 여행상품 판매 방송을 다시 시작했다.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여행상품을 취급하지 않았으나 실적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송편성표를 수정했다. GS샵의 매출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4월16일부터 3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15%나 감소했다. 4월 전체 매출은 5% 줄었다 1·4분기 겨울의류 판매부진 탓에 5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매출이 역성장하는 충격을 받은 데 이어 4월 매출까지 역성장하자 GS샵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김수택 GS샵 편성전략팀장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달 들어 판매가격·사은품·경품 등 모든 면에서 최대의 혜택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며 소비심리 진작에 나섰다"며 "다행히도 5월 매출은 10% 정도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지방선거부터 이어지는 6월 첫주 연휴를 겨냥한 다양한 나들이상품 판촉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화점업계 역시 6월 마케팅에 돌입했다. 현대백화점은 26일부터 일본 가전업체 소니와 함께 우승팀을 맞히는 고객에게 최대 상금 1억원을 지급하는 대형 이벤트를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대형 TV 구매고객에게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에 나섰고 롯데백화점은 조만간 브라질 여행권 등을 경품으로 내세운 월드컵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매출이 떨어지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지 못했다"며 "휴일이 많고 월드컵까지 열리는 6월에 소비 분위기를 제대로 반전시키지 않으면 연간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부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화점업계의 4월 매출은 구매 건수와 구매 단가 모두 줄어들면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이달 초 황금연휴 효과 덕분에 매출이 다소 회복되기는 했지만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회복세가 아직 약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형마트는 더욱 다급하다. TV·에어컨·제습기 등 생활가전에서 수입과일, 저가 의류, 직수입 캠핑용품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불러올 수 있는 상품을 최대한 발굴해 할인가에 내놓고 있다. 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무휴무 확대에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겹치면서 4월 매출이 전년 대비 4.1%나 줄어들었다. 야외행사 취소로 가정생활용품이 5.7% 줄어들었고 식품 매출도 5.3%나 감소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그래도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가전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기온이 오르면 야간에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도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을 잡기 위한 여름 생활용품, 야식 등 먹거리 행사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월드컵 특수를 노린 유통업계가 마케팅을 재개하면서 소비자 지갑도 조금씩 열리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직전인 4월14~15일 전년 대비 25% 늘었던 카드 사용 건수는 참사 그 주에 6.9%로 뒷걸음질쳤고 4월 마지막주에는 1.8%로 후퇴했다. 이후 5월 첫주 황금연휴를 맞아 8.6%로 반짝 상승했다가 둘째주에 -4.2%로 고꾸라졌다. 그러다 셋째주에 13.4%를 기록, 소비회복의 조짐을 보였다.
발길이 뚝 끊긴 영화관과 놀이공원에도 조금씩 손님이 찾고 있다. 영화관 주말 이용객은 4월 넷째주에 전년 대비 30% 가까이 급감했다가 5월 들어 1.2%로 조금 나아졌다. 같은 기간 -68.3%를 기록했던 놀이공원은 5월에 -35.8%로 낙폭을 줄여가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노래방 등은 5월 중순 들어서도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음식점이나 유흥주점업은 오히려 4월보다도 악화돼 소비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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