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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셋 플러스] 은퇴 설계 '절제 3종 세트'로 100세 시대 맞아야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① 재무적 절제
자녀교육 투자·주택 소비 등 줄이고 여윳돈, 연금·월지급식 상품 가입을
② 생활 절제
젊은시절 나쁜 습관 인해 건강 악화… 보장성 보험으로 '메디-푸어' 예방
③ 사귐 절제
조직 관련 인관 관계 집중 벗어나 동호회 등 사회형 사귐으로 바꿔야


지난해부터 100세 시대라는 '유령'이 한반도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토록 바라던 장수(長壽)가 축복이 아닌 되레 리스크가 돼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왜일까. 100세를 감당하기에는 우리의 객관적 조건들이 너무나 취약하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의 도래는 인간의 수명이 늘어난 결과이지만, 이는 곧 일하는 기간보다 일하지 않는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돈 버는 기간보다 돈 쓰는 기간이 더 길어졌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일하지 않는 기간에 대비하기가 더욱 힘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출생률이 인구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2.1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후손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100세 시대가 '희망찬가'가 아니라 진퇴양난의 함정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100세 시대가 유령의 모습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처럼 탈출구가 잘 보이지 않을 때 필요한 것이 지혜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소크라테스는 "가장 위대하고 가장 아름다운 지혜는 절제와 정의"라고 말한다. 가계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에는 절제, 나라의 곤란함을 극복해 나가는 데에는 정의만한 지혜가 없다는 뜻이리라. 여기서는 나라에 필요한 지혜는 차치하고, 100세 시대를 희망찬가로 만들기 위해 가계의 구성원인 개인들이 가져야 할 절제에 대해 알아보자. 이른바 '절제 3종 세트'다.

첫 번째는 재무적 절제다. 돈 버는 시기의 풍요가 돈 쓰는 시기의 풍요를 담보하기 힘든 것이 100세 시대다. 돈 버는 시기의 풍요를 돈 쓰는 시기로까지 확장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생산활동을 하는 젊은 시절의 소비를 뒤로 미루는 절약정신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이른바 씀씀이의 절제다. 과도한 자녀교육 투자, 푼수를 망각한 과소비, 능력을 넘어선 주택소비 등의 절제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확보한 여윳돈은 연금이나 월지급식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이들 상품만큼 젊은 시절의 소비와 노년기의 소비 사이에 균형을 잘 잡아주는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교육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는 행위는 결국 자녀에 대한 재무적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재무적 절제와 관련해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는 분산투자이다. 분산투자의 반대는 이른바 '몰빵 투자'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성적으로는 몰빵투자를 꺼리지만, 현실에서는 거기에 젖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어떤 사람은 절대적 안정을, 어떤 이는 과도한 수익이라는 유혹을 절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분산투자는 절대적 안정과 과도한 수익을 조화시켜 주는 균형추다. 요즘 같은 글로벌시대에는 분산투자도 글로벌하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두 번째는 생활의 절제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거기서 받은 스트레스를 과음, 과식, 수면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짙다. 이러다 보면 생활의 리듬을 잃어버려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건강을 위해서는 우리 생활 곳곳에 끼여 있는 불요불급한 때를 벗겨내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는 말은 누구나 다 아는 경구다. 하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입가에서만 맴도는 경우가 많다. 나이 들어 드는 질병은 나이 듦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젊은 시절의 잘못된 습관에 의해 농축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생활의 절제가 필요한 이유다.

생활의 절제를 통해 건강을 잘 지키고 있는 사람도 불의의 사고나 유전적 요인에 의한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기는 힘들다. 특히 소득원이 없거나 취약한 노년기에 이러한 일이 닥치면 의료비 때문에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마는 '메디-푸어(Medi-Poor)'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를 대비해 보장성 보험을 충분히 가입해 둬야 한다. 보장성 보험은 메디-푸어를 예방하는 면역제이다. 보험을 젊은 내가 나이든 나에게 보내는 선물이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세 번째는 사귐의 절제다. 사귐이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고리다. 그럼 사귐을 절제하라는 것은 인간관계를 단절하라는 뜻인가. 물론 결코 그렇지 않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존재할 때 비로소 그 존재의의를 느끼는 동물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귐의 절제란 조직 관련 인간관계에 집중된 사귐을 알맞게 조정해 다양한 관계망을 구축해보라는 뜻이다.

회사형 사귐에서 사회형 사귐으로 바꿔보자는 것이다. 회사형 사귐에 충실한 사람은 나중에 회사라는 고리가 끊어지는 순간 외톨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평소 살고 있는 지역사회를 기웃거려보자. 그곳에는 의외로 다양한 사귐이 존재한다. 각종 동호회, 종교단체, 봉사단체 등 회사형 사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인생의 다양성이 늘려 있다. 회사형에서 사회형으로 사귐의 범위를 확대할 때 100세 시대는 무한한 가능성의 문을 열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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