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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지 발표 최종 순간까지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린 과테말라 현지는 긴장감이 흘렀다. 각국 모두 유치전에 총력을 다하면서도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득표 정보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과테말라 국립극장 노천에서 진행된 리셉션 장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움직임이 묘한 대조를 이뤘다. 노 대통령은 리셉션 장소에 참석한 50여명의 IOC 위원들에게 선거 운동을 하듯이 일일이 인사를 나눴고, 특히 20여명과는 특별히 자세를 취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제자리에 서서 유치위 관계자들이 불러오는 IOC 위원들과만 인사를 나누는 등 권위적인 모습을 띠었다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뛰었던 이건희 IOC 위원은 평창 프레젠테이션의 마지막 연설을 위해 다양한 영어 연설 원고들을 공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은 2분을 넘지 않는 비교적 짧은 연설임에도 IOC 위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원고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전체 IOC 위원의 40%에 이르는 유럽 표를 의식해 ‘영국식 영어’를 공부했다는 소식도 들렸지만 삼성 관계자는 이를 부인했다. ○…부동표에 결정적 영향력을 지닌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개최국 정상들과의 면담에서 엇갈린 발언을 꺼내 각국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로게 위원장은 가장 먼저 만난 노 대통령에게 “평창이 준비를 잘하고 있는 데 대해 축하한다”는 등 한껏 덕담을 꺼냈고 이에 평창 유치단은 들뜬 모습을 보였다. 로게 위원장은 그러나 푸틴 대통령과 만나서는 올림픽 개최 관련 법안에 서명할 만년필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소치유치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이 만년필로 법안에 서명을 잘하시라’라고까지 말했다”며 선정을 자신하기도 했다. ○…소치 측에서는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유치에 실패하면 4년 뒤 재도전할 것이라는 뜻을 비쳐 우리 측에 희망을 던져주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소치 측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에 떨어지면 4년 뒤에 재도전할 것”이라며 오는 2011년에 다시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평창과 잘츠부르크는 4년 전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패해 ‘재수’를 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소치는 이번이 첫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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