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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긴급 전화대담] "펀더멘털 양호… 수급해결땐 회복 가능"
입력2004-05-11 16:57:07
수정
2004.05.11 16:57:07
[주가 대폭락] 세제혜택등 개인 증시유인대책 내놔야
[전문가 긴급 전화대담] "펀더멘털 양호… 수급해결땐 회복 가능"
[주가 대폭락] 세제혜택등 개인 증시유인대책 내놔야
왼쪽부터 권성철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이승국 BNP파리바페레그린증권 대표, 조홍래 동원증권 부사장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긴 했지만 한국 증시의 큰 틀 자체가 흔들린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 증시가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 조정은 가능합니다. 문제는 개인과 기관 등 국내 시장 참여자들이 증시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들어 투매 양상을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을 진단하고 이에 따른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긴급 전문가 전화 대담에서 참석자들은 이번 하락장의 성격을 장기 상승 레이스에 따른 조정으로 해석했다.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어느 정도 빠지는 게 당연하다는 시각이다.
참석자들은 전반적인 시장 펀더멘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수급 문제가 꼬여있어 기존 상승 추세를 다시 이어가려면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위해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등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담에는 권성철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이승국 BNP파리바페레그린증권 대표, 조홍래 동원증권 부사장 등이 참여했다.
-최근 들어 중국이 경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긴축정책 방침을 밝혔으며 미국은 금리인상이 임박한 상태입니다. 고유가 행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기관 등 매수세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외국인이 일시에 주식을 내다팔자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한국 증시를 둘러싼 여건을 어떻게 보십니까.
▦ 조홍래 동원증권 부사장=큰 틀이 흔들리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실적은 전년 대비 상승 추세가 여전하며 수출 역시 흐름이 좋습니다. 내수도 시장이 인지하고 있는 악재 외에 추가적으로 더 나빠질 것은 없습니다. 문제는 수급인데 앞으로 적어도 한 두달 동안은 개선을 기대하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이렇게 볼 때 수급을 제외한 나머지 여건은 괜찮은 편입니다.
▦ 권성철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펀더멘털 자체가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유가가 앞으로 더 오른다면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유가의 오름폭이 경기회복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 이승국 BNP파리바페레그린증권 대표=유가 등 앞서 언급하신 대외환경 변화를 완충시킬수 있는 내수 회복 시그널이 부진한 게 아쉽습니다. 수출→설비투자 확대→고용증대→소득증대→내수 회복의 선순환이 이어지지 못해 자칫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로 옮아갈까 걱정스럽습니다.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급락장에서 외국인은 2조5,000억원이 넘는 순매도 공세를 펼쳐 종합주가지수가 일시에 15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이번 주가 급락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권사장=직접적인 원인은 수급입니다. 외국인들이 매수에서 매도로 돌아서면서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일부 외국인들이 단기 투자자금 위주로 이탈한 반면 다른 외국인들과 국내 투자자들이 이를 받아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대표=이미 지난 1ㆍ4분기에 글로벌 유동성 증가세가 꺾인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습니다. 여기에 기관투자가의 부진한 시장 참여가 이번 하락장에서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결국 그동안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 대해 보여준 신뢰를 국내 시장 참여자들이 갖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주가가 좀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까. 단기적인 지지선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조부사장=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기존의 상승 추세에서 벗어났다고 속단할 정도는 아닙니다. 지난 10일의 장중 저점인 770선은 지난해 3월 이후 상승분의 38%를 반납한 수준입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조정입니다.
▦권사장=소폭의 추가 하락이 가능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큰 지진 후 여진이 있는 것처럼 폭락 이후 지지선을 확인하는 테스트 과정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바닥은 770선 정도로 여겨집니다.
-이번 하락장에서 한국 증시는 타이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떨어졌습니다. 중국 리스크 등이 유독 한국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친 이유가 뭔가요.
▦조부사장=중국 경제의 수혜가 가장 컸기 때문입니다. 타이완과 한국은 이머징 마켓의 대표로 외국 자본의 유입이 많았습니다. 특히 6개월에서 1년짜리 헤지펀드가 많이 들어왔고 이들이 나가면서 충격이 더 커졌습니다.
▦이대표=MSCI 국가별 지수에서 올들어 한국 증시가 세계 증시 중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에 대해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이완은 총통 선거로 인해 이미 충분한 조정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과 타이완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이번 증시 급락과 관련해 외국인의 시장 좌우, 기관 비중 하락 등 한국 증시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사장=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이번처럼 시장이 변동성이 큰 것은 한마디로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증시 등락이 결국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 우리가 컨트롤하기가 어렵습니다.
▦조부사장=구조적인 문제를 개인과 기관 둘로 나눠보겠습니다. 개인은 단기적으로는 가용 현금이 없고 중장기적으로는 그동안의 학습효과, 즉 증시에 대한 실망 때문에 자금 유입이 어렵습니다. 기관은 연기금을 제외하면 매수 여력이 없습니다. 결국 연기금이 증시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되는데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참여가 제한되고 있습니다.
-최근 민노총은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증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기금과 투신 등 기관의 참여 확대가 필수적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대표=과거 10년 수익률을 보면 주식과 채권이 비슷합니다. 물론 주식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우리 경제의 미래를 생각할 때 서울 증시의 안정성에 기대를 걸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식투자로 인한 손실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인 투자 목적이라면 주식이 오히려 수익률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확대돼야 합니다.
▦권사장=국민연금이 절대 안정을 추구한다고 보면 주식투자를 하면 안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30~40년 후에는 수입과 지출이 역전됩니다. 어느 정도의 고수익 추구는 필요하며 따라서 주식투자를 해야 됩니다. 10%건 20%건 적정선에서 한도를 정해 투자하도록 하고 단기 매매 대신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는 쪽으로 타협안을 찾아야 됩니다.
-그 동안 지수가 계속 상승해도 개인은 증시를 외면했습니다. 이번 폭락 이후 개인의 참여가 이뤄질까요.
▦이대표=개인의 시장 참여를 논하기 전에 국내 기업에 대한 개인의 신뢰 회복 방안을 연구해야 됩니다. '깜작 실적'이 예상되고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개인은 증시를 외면했습니다. 이 같은 불신이 걷히지 않는 한 개인의 시장 참여를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권사장=좋은 지적입니다. 주식값이 비싸서 들어오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은행에 쌓여있는 몇 백조원의 자금 중에서 증시에 들어올 수 있는 자금은 일부입니다. 단지 주가가 하락했다고 투자에 나서는 차원이 아니라 시장에 대한 신뢰회복은 물론 경기회복, 주가 바닥의 확인 등이 이뤄져야 복귀할 겁니다.
-이번에도 국내 증시는 급격한 변동성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증시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정부는 무슨 일을 해야 될까요.
▦이대표=세제혜택 등을 통해 장기적인 측면에서 주식 수요 기반을 개선해야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연기금의 주식 투자 확대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동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권사장=맞는 말씀입니다. 개인들이 그냥 증시로 돌아오지는 않을 겁니다. 장기투자, 퇴직 후를 대비한 중장기 투자 등에 대해서는 과감한 세제혜택을 줘야 됩니다. 또 최소한 5년 이상, 한달에 10만원씩 적립하는 장기투자상품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등 혜택이 필요합니다.
▦조부사장=주가 급등락에 일희일비하는 자세부터 고쳐야 됩니다. 과거에는 10일 같은 폭락장에서 정부가 분명 기관의 등을 떠밀었을 테지만 그런 것은 좋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국내 매수 기반으로서 기관 육성이 제일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연금의 조기 도입, 연기금 주식투자 허용 등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됩니다.
/정리=한기석기자 hanks@sed.co.kr
입력시간 : 2004-05-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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