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요동치는 금융시장은 자산시장의 사이클이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의 양적완화(QE)는 금융위기를 벗어나게 한 주된 동력이었지만 이제 그 소임을 다해가고 있다.
길게 보면 양적완화의 후퇴는 미국 경제가 자생적으로 정상화돼가고 있다는 자신감의 복원이다. 하지만 올여름에 이 실체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오히려 QE 유동성 축소 우려에 따른 금융시장의 과민 반응을 뉴스를 통해 확인해갈 것이다.
당장은 코스피지수의 단기 급락에 따른 간헐적 반등시도가 있을 수 있다. 가격만 보면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수준이 주가수익률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기업 이익에 대한 기대수준이 좀 더 낮아져야 한다. 지난 2년간의 2ㆍ4분기 실적시즌은 큰 폭의 실적 조정을 동반해 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듯하다.
더욱이 현재 위험의 본질은 주가가 아닌 외환시장의 변동성이다. 기업실적에 비해 코스피가 싸졌지만 달러 대비 코스피가 매력적이라고는 속단할 수 없는 것이다.
원화보다 달러화 자산이 더 매력적이라면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 주식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더욱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머징 시장의 신용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거시경제 안정성이 약화된 국가일수록 환율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의 금리 인상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이유도 취약한 기초체력에 있는 것이다. 달러를 선호할 동인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 기회이냐, 그렇지 않느냐의 판단 기준은 주식시장이 아닌 외환시장의 변동성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주 원ㆍ달러 환율은 1,160원을 일시적으로 넘어섰고 증시는 급락했다. 2010년 이후 원ㆍ달러 평균 환율이 1,126원임을 감안하면 원화 약세의 일시적 진정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구간을 변동성 팽창의 극단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원ㆍ달러 환율의 방향은 외화 보유액 증가속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당장 이와 관련한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장의 시계추는 중도에 멈추는 법이 거의 없다. 추의 변화가 시작되면 예외 없이 양 극단을 오간다. 올여름 내에 원ㆍ달러가 1,200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것이다.
올여름은 이러한 변동성 위험을 반영해가는 구간이다. 따라서 부정적 뉴스가 나올 경우 주가 변동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둘러 반등의 시기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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