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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WTO 사무총장직 순번제를 경계한다
입력1999-07-23 00:00:00
수정
1999.07.23 00:00:00
파이낸셜 타임스 7월 21일자- 세계무역기구(WTO)의 사무총장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마이크 무어전 뉴질랜드 총리와 수파차이 파닛차팍 타이 부총리가 순번제로 총장직을 맡기로 합의함으로써 6개월여를 끌어온 총장선출문제가 마무리됐다.그러나 이번 순번제 결정은 파국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임시방책이라는 점에서 명예롭지 못한 일시적 선택이고, 정치적 봉합일 따름이다.
특히 WTO 총장선출을 둘러싼 회원국간 이전투구는 WTO 내의 협조적 분위기를 크게 흐려놓았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WTO 총회를 계기로 새로운 무역라운드를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회원국들간의 협조와 정치적 지원이 필수적인데 이번 분쟁으로 이같은 협조체제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총장직을 번갈아 나눠갖기로 한데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각 후보자의 후원국들이 상대후보의 지도체제에 대해 집단적인 불만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WTO 총장이 갖는 중재자로서의 신뢰와 권위를 손상시켜 회원국간의 공조체제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회원국들은 앞으로 두 후보자들과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며, 두 후보 역시 자신들을 지원한 국가들에 편파적인 호의를 갖고있지 않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 두 후보는 상대방의 업무수행에 관한 사적인 평가를 피해야 하며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에 휩쓸리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두 후보의 임기와 관련한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두 후보는 재선이 가능한 기존의 4년임기보다 1년이 짧은 3년간의 단일임기를 각각 부여받았다. 이것은 그들에게 강력한 성취동기를 부여하기도 하겠지만 임기초반부터 레임덕 현상을 불러 일으킬 위험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또 재선을 통해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는 인센티브가 사라져 회원국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남용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총장선출과 관련한 임시적 봉합이 불러 올 가장 큰 문제는 회원국간의 분열과 대립이다. 회원국들은 자국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근시안적 행동이 분열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들이 WTO를 말 그대로 회원국간의 협의체로서 인식하고 있다면 이제는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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