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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 안락사' 논쟁 재점화되나
입력2006-03-01 06:33:39
수정
2006.03.01 06:33:39
'소극적 안락사' 논쟁 재점화되나
안명옥 의원, 불합리한 연명치료 중단 허용 법안 발의의료계 내부 논의 차원서 합법적 공론화 단계로 발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소극적 안락사' 논쟁이 수면 위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안명옥(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불합리한 연명 치료중단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해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전망이다.
불합리한 연명치료 중단은 회복 불가능 환자에 대해 환자나 가족이 자율적 결정에 따라 문서로 치료중지를 요청할 경우 의사는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이른바 `소극적 안락사'의 개념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개정안 어떤 내용 담고 있나 의사 출신 안 의원은 같은 의사 출신의 신상진(한나라당) 의원 등 의원 9명의 서명을 받아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환자 등의 치료중단 요구가 있거나 의학적 기준에 따른 치료 중단이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중앙(지방)의료심사조정위원회 심의.결정에 따라 환자의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무의미한 치료를 지속함으로써 발생하는사회적 문제를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의료심사조정위원회가 환자의 계속 치료를 결정하고 또 연명 치료를 위해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응급의료기금의 재원을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안 의원은 "의학적으로 회생 불가능한 환자를 특수 기계장치를 통해 억지로 연명시키는 것은 환자 본인이나 가족에게 큰 고통이며 사회적 부담도 큰 것이 현실"이라며 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연명 치료 중단 허용은 의료계 숙원 연명 치료 중단 문제, 다시 말해 소극적 안락사 허용 문제는 그 동안 의료계 내부에서 의사들의 윤리지침이나 진료지침형태로만 논의돼 왔다.
하지만 이번 발의로 이 문제는 이제 실정법 테두리 안에서 `법적'으로 논의되는단계로까지 발전하게 됐다.
연명 치료 중단은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보라매병원 사건'이라 불리는 의료사건은 의료계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지난 98년 환자가 퇴원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족의 요구로 환자를 퇴원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들에게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살인방조죄로 유죄판결을 내린 사건을 말한다.
이를 계기로 의료계는 소극적 안락사 허용 문제를 적극 제기해왔다.
대한의사협회는 2002년 4월 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의무를 규정한 의사윤리지침을 제정하면서 소극적 안락사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즉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해 가족이 진료 중단을 문서로 요구할 경우 의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으며, 또 의사는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를보류하거나 철회할 수 있도록 윤리지침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지침은 생명윤리를 둘러싼 심각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며 공감대를형성하지 못하고 표류하다 결국 실정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적용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렇게 꺼져가던 불씨를 다시 지핀 것은 의사협회내 의학학회 모임인 대한의학회였다.
의학회는 2002년 5월 `임종환자의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의료윤리지침' 초안을 마련, 공개하며 이 문제를 다시 공론화했다.
이 지침은 현대의학으로 치유 불가능한 질병이 있으면서 적극적인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고 사망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를 `임종환자'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임종환자나 가족이 명백히 의미없는 치료를 요구하는 경우 `합당한 진료기준'에 근거해 이를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지침은 사망이 임박한 중환자의 생명 유지 치료를 유보 또는 중단하는것이 환자 방치나 포기가 아니며,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하고 임종환자의 품위를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의료윤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 의료윤리지침도 생명윤리 논쟁을 야기하면서 뚜렷한 결실을 보지는못했다.
◇생명윤리 논쟁 불러일으킬 듯 국회 보건복지위의 테이블에 올라간 개정안은전체회의에서 대체토론과 심의를 통해 의결되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로 넘어가게 된다.
안 의원측은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긍정적이어서 법안 통과가능성을 높게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2005년 5월 한림대 법학부 이인영 교수가 전국 16개 시.도 1천200명을대상으로 실시한 표본조사에 따르면 `고통이 극심한 불치병 환자가 죽을 권리를 요구할 때 의료진은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69.3%가 동의했다.
소극적 안락사에 대한 찬성 분위기가 그만큼 무르익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이 일단 의료계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형태여서 종교계 등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생명윤리학계 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견해가 조금씩 차이를 보여 생명윤리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의대 황상익 교수는 "우리 사회의 성숙도로 봤을 때 소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하기에는 아직 시기적으로 이른 느낌"이라며 "연명 치료 중단을 실정법으로 허용할 경우 오남용으로 인해 지금보다 더 억울한 죽음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이인영 교수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환자의 생명을 단축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불허해야 하지만, 회복 가망이 없는 환자가 자기 의사결정에 따라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생명연장 조치를 중단, 보류하는 존엄사는 허용해야 한다"고말했다.
입력시간 : 2006/03/0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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