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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사채시장 틈새 메워/여신전문금융기관 육성 의미
입력1997-05-02 00:00:00
수정
1997.05.02 00:00:00
최창환 기자
◎다소 비싼 이자로 다양한 서비스 제공/금융기관 경쟁 촉진… 개편 가속될듯재경원이 1일 발표한 여신전문금융회사 설립방안은 한마디로 은행보다 다소 비싼 가격으로 은행이 다루기 힘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여신전문 금융백화점」을 육성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규제는 최소화하고 지원은 현행 수준을 존속시켜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제도금융권인 은행과 사채시장 등 비제도금융권간의 틈새를 메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까지 기업은 설비대여가 필요할 경우 리스사를 찾아가고 자금사정이 어려울 경우 할부금융사 등 전문점을 찾아가야 했으나 내년부터는 금융백화점인 여신전문금융회사 한곳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높은 은행 문턱으로 어려움을 겪던 개인이나 자영업자들도 내년부터 목돈이 필요할 경우 집가까이에 있는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문여신외에 일반대출도 취급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자가 다소 높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은행은 각종 예금을 통해 싼 값으로 대출재원을 마련할 수 있지만 여신전문 금융회사는 예금(수신)을 받지 않고 채권발행, 외부차입 등 시장실세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마진을 남기면서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개인에 대한 카드대출이나 할부금융 금리가 은행이자보다 높지만 사채이자보다는 싼 16∼17% 수준인 것을 생각하면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제도금융권과 사채시장사이의 갭을 메워주는 새로운 제도금융권인 셈이다.
한편 여신전문 금융회사의 출현은 금융산업 개편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주택 및 자동차 할부금융, 팩토링업무 취급, 일반대출 등 각종 여신행위를 통해 기업과 가계를 연결, 다양한 금융수요에 부응하는게 가능해져 금융권의 맏형인 은행과 틈새시장 개척을 통해 급성장중인 파이낸스사에 맞서는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할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재경원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육성을 통해 금융기관간의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본금 요건만 갖출 경우 자유로운 설립을 허용하고 지점설치 규제를 폐지, 전국 곳곳에 영업망을 확충토록 하는 한편 정관 업무방법서를 통한 영업규제 등 대부분의 규제를 철폐했다. 또 자유로운 설립을 가능케 하면서도 자기자본의 4배로 규정된 상법상 채권발행한도의 예외를 인정, 10배까지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리스사 등 여신전문 금융회사는 모두 96곳이 영업중이며 총자산은 지난해 6월말 현재 50조원으로 전체 금융기관 자산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93년말 현재 여신금융기관인 GE CAPITAL사의 자산규모가 1천5백45억달러로 시티은행(2천1백50억달러) 규모에 육박할 정도다.
이에따라 앞으로 재벌그룹이나 은행 등은 계열 리스, 할부금융 등을 합병해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파이낸스사 등도 관세법상 예외인정, 채권발행한도 특례 등 각종 제도적 특혜를 누리기 위해 여신전문 금융회사로 속속 전환할 게 분명해 이를 통한 금융산업 개편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지금까지 기업상대의 도매금융을 해온 리스회사들은 기존 시장을 잠식당함에 따라 다소 타격을 받게 됐다.
한편 자산 운영과 관련, 자기계열 기업군에 대한 대출한도(자기자본의 100%)만 두고 타회사에 대한 대출한도를 두지 않음에 따라 기업들이 여신전문금융회사를 자본조달을 위한 창구로 악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교차대출 등을 통해 편법적으로 자기계열 대출한도를 빠져나갈 경우 채권발행 특례 등 금융기관에 대한 각종 특혜가 특정 재벌에 대한 특혜로 곧바로 이어져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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