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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의 눈이야기] 40대이후 백내장

병원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딱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의사로서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로 좋아지게 해줄 수 있는 경우엔 큰 보람을 느낀다. 두꺼운 안경을 낀 40대 중반의 남자환자가 내원했다. 얼마 전부터 시력이 갑자기 떨어 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진다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밤엔 다닐 만한데 밝은 대낮엔 더 안 보이고, 흐린 날은 좀 낫고 화창한 날은 오히려 더 뿌옇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과는 정반대의 현상을 보였던 것이다. 직업이 치과 기공사라 조명이 밝은 데서 일을 해야 하는데 잘 보이질 않아 본뜬 치아를 갈다가 망가뜨려 실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밤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증상이 좋아지고 낮엔 불편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세밀한 일을 하는 직업인데다 두꺼운 안경을 끼고 있어 내원해서 여러 가지 정밀검사를 했다. 검사결과 다른 이상은 없었고 눈 속에 들어 있는 수정체 한가운데가 뿌옇게 변해 있었다. 백내장이 수정체 한가운데 생겼던 것. 그러다 보니 밝은 곳에선 동공이 작아지니까 잘 보이질 않고 어두운 곳에선 동공이 커지면서 사물을 잘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백내장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데 최근 들어서는 젊은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70대는 10명 중 8명, 40대도 한 두 명 정도가 발생한다. 백내장은 일단 생기면 시간이 갈수록 더 나빠진다. 점점 생활에 불편을 느끼게 되므로 어느 정도로 불편을 주게 되면 수술로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게 좋다. 요새는 눈을 3㎜만 째고도 수술을 끝낼 수 있다. 통증도 없다. 조금만 구멍에 초음파 팁을 넣어서 뿌옇게 된 수정체를 빨아낸 후 눈에 맞는 인공수정체를 넣어주면 끝난다. 시간은 15분 정도다. 수술이 얼마나 편리해졌고 발전됐는지 놀랄만하다. 수술 전에 눈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면 수술 후 대부분 좋은 시력으로 회복된다. 일부 수술할 때 아플까 무작정 피하거나 전신마취를 하는 큰 수술인 줄 알고 지레 겁을 먹고 수술을 미루는 사람도 있으나 잘못된 생각이다. 마취 안약을 5방울 정도 눈에 넣고 수술하며 통증은 없다. 수술 전에 아무리 두꺼운 안경을 꼈더라도 필요 없어진다. 그러나 난시는 조금만 교정할 수 있기 때문에 난시가 많던 사람은 수술 후에도 난시가 남는다. 이런 경우 라식이나 라섹수술로 교정할 수 있으니 안과 전문의인 필자 조차도 크게 발전된 수술기술 때문에 가끔 깜짝 놀랠 때가 있다. 윤호병원안과원장ㆍ의학박사 www.pluslasik.co.kr <안의식기자 miracl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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