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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감원 정문을 들어서면
입력1999-01-27 00:00:00
수정
1999.01.27 00:00:00
증권부 정명수지난 26일 기자는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모기업체 간부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 간부는 9층 기자실로 찾아와 기자를 만나자마자 『鄭기자 우리 앞으로는 금감원에서 만나지 맙시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을 출입하는데 너무 힘이들어서 다음부터는 밖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이 간부가 전하는 금감원 출입절차는 이랬다.
여의도 공원쪽 금감원 정문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수위가 막았다. 높은 분들이 출입하는 문이니 반대편 문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건물을 한바퀴 돌아서 뒷문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검은색 정복차림의 경찰관 4명이 지키고 있었다.
자동문은 잠겨있어서 회전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역시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수위가 민원인 창구로 가라고 손짓을 했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당황하는 사이 수위가 『무슨 일로 왔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아무개를 보려고 왔다고 하자 안내데스크에서 출입증을 받으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안내데스크에는 서너 사람이 출입증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여직원들은 몰려드는 민원인들의 출입증을 배부하느라 바쁜지 친절과는 거리가 멀다. 기자실이 어디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도 해주지 않았다.
금감원에 경찰이 배치되고 출입증 제도가 생긴 것은 지난해초부터다. 이헌재(李憲宰) 금감위장이 당시 증권감독원 3층에 사무실을 차리면서부터다.
은행,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증감원 앞에서 연일 시위를 하자 경찰이 동원되는 일이 잦아졌고 출입통제도 엄격해졌다.
금감원의 영어명칭은 「FINANCIAL SUPERVISORY SERVICE」다. 금융업무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감독기구가 통합되면서 금감원을 찾는 민원인들은 3~4배나 많아졌다. 한겨울에 시위도 없는데 정문에서부터 위압적인 느낌을 받은 민원인들이 담당국, 과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는지는 모르겠다.
李원장은 틈만나면 『금감원은 서비스 기관이다』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李원장은 수위가 열어주는 정문으로 다니고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기 때문에 민원인들이 경험하는 불편과 불쾌감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금감원이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李원장이 반나절정도 금감원 로비에서 민원인들의 안내를 하는 솔선수범을 보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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