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회장이 7년 동안 공들여온 P램 반도체 꿈이 현실화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에서 처음으로 모 글로벌 휴대폰 업체에 P램 반도체를 공급하면서 양산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번 P램 공급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P램의 성공 여부에 따라 반도체 1등 신화를 만들어 온 이건희 삼성 회장의 꿈과 한국 반도체의 미래가 달려 있어서다. 2003년 10월. 이 회장은 화성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 황창규 메모리 사업부 사장에게 당시 한참 연구가 진행중이던 차세대 반도체인 P램 개발 및 양산에 더욱 속도를 내라고 '특별 주문'을 내렸다. P램은 D램보다 소비전력을 덜 쓰면서 배터리 구동 시간을 20% 이상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전기가 없어도 자료가 보전되는 플래시메모리 특성과 D램의 빠른 처리 속도를 가지고 있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꼽히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P램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한국 반도체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메모리 1등 신화를 써온 D램이 적잖은 단점을 안고 있는데다 해외 경쟁기업의 기술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D램의 기술적 한계도 뚜렷, 어느 순간에 가서는 한국 D램의 우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특별 주문으로 본격 연구개발에 들어간 지 7년 여 만인 지난 4월말 드디어 60나노급 P램의 연구개발을 마치고 최근 본격적인 양산체제를 갖췄다. 또 모 글로벌 휴대폰 업체의 피처폰(일반 휴대폰)에 장착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P램을 양산, 기기에 장착한 것은 삼성전자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P램의 양산 및 기기 장착은 삼성전자가 수 년간 노력해 온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프로젝트의 첫 성과물"이라며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은 작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일단 P램의 피처폰 장착 결과를 지켜본 뒤 반응이 좋으면, 추가로 고성능 P램 제품군을 만들어 스마트폰, MP3 플레이어,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제품으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P램의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반도체도 P램 개발을 거의 끝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P램 성공 여부를 본 뒤 시장이 커질 경우 내년에 50나노급 수준의 P램을 양산, 삼성전자와 더불어 한국 반도체의 P램 시대를 열어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의 P램 도전이 성공하면 노어플래시매모리를 대체하며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삼성의 이번 P램 양산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는 P램이 자리를 잡으면 또 하나의 1등 메모리 상품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 P램 : 빠른 처리 속도와 전기가 없어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플래시매모리 특성을 함께 갖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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