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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녹화사업' 23년만에 베일 벗나

프락치 강요ㆍ주모자 규명이 조사핵심

군이 과거사 진상규명 대상에 5공화국 초반에 이뤄졌던 `녹화사업'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함에 따라 23년간 베일에 싸였던 이 사건의진실이 규명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녹화사업은 신군부가 1981∼1983년 사이에 학내외 집회 및 시위 차단을 목적으로 운동권 학생들을 강제 징집해 특별교육을 시키고 프락치 활동을 강요했으며 이과정에서 6명이 의문사한 사건이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강제로 군대에 끌려간 대학생들에게 `특별정훈교육'을 시켜 머릿속 `불온 사상'을 순화(녹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가주도한 불법행위였던 것이다. 군은 녹화사업에 따라 청년들에게 사상개조와 불법연행, 육체적ㆍ 정신적 가혹행위를 가하고 프락치 공작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으나 아직까지 전모는 드러나지 않았다. 녹화사업의 진실찾기 노력은 1988년 5공 청문회에서 시작돼 2001년 활동을 시작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 이르기까지 간헐적으로 진행됐다. 그동안 조사를 통해 전두환 전(前) 대통령이 녹화사업을 직접 지시하고 진행상황을 보고받은 정황은 포착되고 있으나 이를 입증할 자료는 나오지 않아 누가 이 계획을 주도했는지는 미궁에 빠져있는 셈이다. 전씨는 5공 청문회 당시 "의문사 등을 보고받지 못했다"면서 녹화사업에 간여했다는 세간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녹화사업은 학생운동에 가담한 학생들을 조기에 입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가 1981년 12월5일 발표한 "소요관련 대학생 특별조치'를 통해 사실상 본격화됐다. 이 때부터 조직사건이 아니더라도 단순시위에 연루돼 검거된 학생들도 강제입영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은 학적이 바뀌면 통상 수개월이 지나야 입대한 일반 학생들과 달리 `운동권 학생'으로 찍혀 특수학적 변동자로 분류돼 휴학과 동시에 군대로 직행했다. 1980년 이후 군에 강제징집된 학생 숫자는 약 1천100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군이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실상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1981년 11월부터 1983년 11월 사이에 447명이 강제징집돼 1982년 9월부터 녹화사업이 외형상 중단된 1984년 11월까지 모두 256명이 특별정훈교육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각급 부대는 운동권 출신 병사들을 특수지원자 또는 특수학적변동자로 분류, 동향 관찰과 감시를 했으며 보안사는 순화교육을 빌미로 불법 연행과 감금을 통해 운동권 활동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녹화사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운동권 동지'를 팔거나 정보를 제공토록 강요했다. 휴가를 줘 재학 시절 함께 활동한 동료나 선후배들의 행적과 동향을 파악해보고토록 했던 것이다. 강압적인 과거 행적 캐기와 가혹행위는 녹화사업 대상자의 죽음을 초래할 정도로 잔인한 방법으로 이뤄졌다. 의문사위의 조사 결과 1983년 실탄을 맞고 숨진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생 한희철씨(당시 22세)는 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자행된 구타 및 가혹행위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적인 연행과 감금, 고문 수사를 통해 생긴 극도의 공포감과 좌절감,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잇따른 군내 의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1984년 소요관련 대학생 조기입영제를 폐지하고 녹색사업의 전담부서인 보안사의 3처5과를 없앴다고 발표했으나 1990년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에 비춰 운동권 출신자를 이용한프락치 공작은 그 이후에도 계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국방부 과거사위는 누가 녹화사업을 주도했고 의문사한 6명이 어떻게 죽었으며 운동권 출신자에 대한 프락치 활동 강요가 얼마나 장기간 지속됐는지 여부를가리는 게 조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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