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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많이…’식 예산편성 관행 타파
입력2003-06-14 00:00:00
수정
2003.06.14 00:00:00
“깎읍시다.”“더 올려주세요.”
다음해 예산을 놓고 매년 되풀이되던 각 부처 예산 담당자들과 기획예산처 실무자들 사이의 이같은 실랑이가 올해부터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기존 예산에 신규사업을 추가하는 과거의 예산편성 관행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이날 회의에서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이 관행 변화 필요성을 보고하자 “기존 예산도 적극적으로 재검토해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라”고도 주문했다.
지금까지 각 부처는 깎일 것을 예상해 `일단 많이 신청하고 보자`는 식으로 효율성과 필요성은 판단하지 않은 채 기존 사업예산에 신규사업 소요예산을 얹어 예산을 신청해 왔다. 기획예산처 실무자들은 `예산 삭감부서`라는 불명예를 안은 채 여름 내내 예산 깎는 작업으로 밤을 새곤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말까지 54개 중앙 부처가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이들은 올해보다 30.8% 증가한 30조원 가량의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이는 내년도 가용재원에서 법정교부금 등을 제외한 액수를 10배 이상 웃도는 것. 여기에 법적으로 묶여 있는 소요예산까지 보태지면 도저히 대책을 세울 수가 없다.
이러한 관행은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각 부처가 스스로 면밀히 검토해서 불요불급한 것을 제외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신청하면 기획예산처는 거의 원안대로 접수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기획예산처는 14일 각 부처에 새로운 예산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각 부처는 이에 따라 새롭게 기준을 마련, 기존 및 신규사업의 효율성과 필요성 검토작업을 벌이게 된다.
이렇게 새로운 관행이 정착될 경우, 기획예산처와 각 부처 모두 `밤샘 예산삭감` 작업이나 기획예산처 실무자와의 `소모적 줄다리기`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에너지를 투입할 수 있다.
또 부처가 주도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재정운용의 효율성과 추진사업에 대한 책임감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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