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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금융] 은행생존 최후 결전장 부상
입력1999-11-08 00:00:00
수정
1999.11.08 00:00:00
김영기 기자
이같은 상황을 반영, 국내 은행들도 표피적으로는 엄청나게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고객세분화(MARKET SEGMENTATION)의 전략 아래, 핵심고객 만들기에 혈안이다. 돈되지 않는 고객은 이제 챙길 수 없다는게 은행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한마디로 「규모의 경제」와 「생산성 높이기」의 첫 잣대를 소매부분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직접금융시장의 급속한 발전, 좁아지는 은행터전 = 국내 금융시장은 99년 상반기 하나의 「경험하지 못한 실험」을 했다. 만고불변의 저축수단으로 여겨졌던 은행예금이 줄어들고, 자금의 대부분이 주식 등 직접금융시장으로 급속하게 빠져나간 것. 이같은 현상은 대우사태로 금융기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하반기 들어 돈이 다시 은행으로 역류하는 바람에 더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금융연구원은 그러나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99년 상반기와 같이 예금규모가 줄어들고 자금시장으로 돈이 집중화되는 이른바 「탈중개화현상(DISINTERMEDIATION)」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투신사 구조조정이 완료돼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돈의 조달 및 예금수단은 다시 직접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은행들도 결국 대기업 영업은 프로젝트론 등의 합작부분으로 넘기고, 직접금융시장에서 외면받는 소규모 기업과 일반 가계부분 등 소매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한계를 가져다 줄 전망이다.
◇무너지는 금융시장 영역= 금융구조조정 시대에 미미하나마 변화의 기운을 보이고 있는 부분중 하나가 금융권별 영역철폐다. 종래에 은행과 보험 등으로 두껍게 쳐져 있는 칸막이를 하나씩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칸막이 철폐는 곧 소매금융 부분의 무한변화를 예고한다. 은행창구에서 보험을 팔고(방카슈랑스), 2금융권이 투자은행으로 변화하는 등 이른바 금융기관들의 「혁명적 자기변신」이 시도되는 셈이다. 물론 그같은 급격변신의 시기는 당장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종전과 같은 금융기관들의 제한된 영업양태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지주회사를 고리로 한 금융사가 주변에 여러개의 다양한 금융기관을 가지로 엮어 무한영업을 펼칠 것이라는게 금융전문가들이 내다보는 미래 금융기관의 모습이다.
◇선진금융기관 입성, 변화의 촉매제= 금융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국내 금융기관에서 가장 대접을 받았던게 이른바 「바다건너온 사람들」이다. 외국의 첨단금융기법을 전수받은 사람들은 능력 유무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스카웃돼 주요직에 포진됐다. 과거의 멍든 상처에서 벗어나 변화를 갈구하는 금융기관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첨단금융기법중에서도 모기지 등 첨단상품 전문가들은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선진금융기관들이 입성한후 국내 금융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은 아직까지 체험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무한한 잠재력에 대해 아직까
지는 진정한 시험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이나 HSBC 등의 소매금융 영업방식은 아직 국내에서는 맛배기도 보여주지 못한 상황이다. 기껏해야 「가진 자」를 위한 제한영업에 국한돼 왔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당장 뉴브리지에 매각된 제일은행이 변수다. 웨이지안 샨 뉴브리지 아시아담당이사는 은행인수 확정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CEO는 첨단 상품에 해박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소매금융 부분에서 그들이 어떤 무기를 들고 나올지 벌써부터 긴장을 불어넣는 발언이었다.
◇움직이는 고객분화= 우의제(우의제) 외환은행 상무는 국내 은행들이 소매금융부분에서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핵심부분으로 「마켓 세그먼트(고객분화)」를 꼽았다. 쉽게 말해 돈되는 고객과 안되는 고객들 철저하게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핵심고객, 즉 돈되는 고객에게는 은행이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서비스를 다하는 대신 돈이 되지 않고 은행원들의 몸만 힘들게 하는 고객에게는 더이상 충실한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그같은 움직임은 벌써 우리 피부에 다가와 있다. 주택은행은 15일부터 전국 지점의 모습을 「혁명화」시킨다. 은행 창구에 걸려오는 모든 전화는 서울 대방동에 설립되는 콜센터로 집중된다. 대신 은행은 창구 한귀퉁이에 방을 설치, 핵심고객을 찾는다. 외환은행도 이른바 「CRM(COSTOMER RELATION MANAGER)」제도를 만들어 준핵심고객으로 등록된 15만여명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은행에 손해를 끼치는 매스(대중) 고객은 상대할 수 없다는게 오늘날 소매금융을 강화하고자 하는 은행들의 공통된 전략이다.
◇확대되는 무인금융시대= 『이젠 은행에서 대출받기 위해 사람을 만날 필요가 없다』. 소매금융 부분에 시도되고 있는 첫번째 시도중 하나가 바로 은행창구의 사람을 없애 궁극적으로 창구에 오는 손님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인터넷대출을 시작으로 제한적으로 등장했던 무인뱅킹은 이제 전화와 자동화기기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 전산작업이 버티고 있다. 한미은행은 현재 CD기 등 자동화 기기를 통해서도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예적금 담보 대출을 실시한후 연말까지 신용평가시스템이 완료되면 자동화기기를 통해서도 신용대출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
주택은행도 예수금거래고객이나 우량고객이 직접 전화를 이용해 무보증대출 또는 예적금담보대출을 즉시 받을 수 있는 「전자자동대출」을 시행중이다. 대출을 원하는 고객은 1588-9999번만 누르면 은행에 나오지 않고도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전화로 대출가능금액을 조회, 즉시 대출받을 수 있다.
은행권에 무인대출이 선을 보인 것은 지난 7월부터. 하나·신한·주택은행 등이 7월초순 잇달아 「사이버론」이란 이름 아래 인터넷 대출에 돌입했다. 이어 조흥·한미 등도 인터넷 대출을 시작했으며, 신한은행은 벌써 인터넷대출 건수가 1만여건에 다다르고 있다.
◇한계도 많다= 그렇다고 기대처럼 소매금융 시장이 강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선진 금융기관들이 소매금융의 수익 대부분을 모기지(주택담보장기대출)와 신용카드 부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볼때 국내 금융기관들은 아직도 미천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들 부분은 말그대로 정형화된 전산시스템을 기초로 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처럼 제한된 신용평가시스템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세분화된 고객정보를 전산에서 모두 읽을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실질적인 소매금융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이 소매금융 부분에 전력을 기울일 수 없을 정도로 금융시장의 여건이 불안정한 것도 한계중 하나다. 도매금융 부분에서 뻗어 나온 부실의 가지로 인해 소매부분에 신경을 기울일 여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소매금융 산업의 실질적인 발전은 은행들이 완벽한 건전성을 기초로 하부구조를 튼튼히 해놓을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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