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내 주식시장을 둘러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국제유가 하락세는 지속되고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일본 엔화는 수출기업을 살리려는 일본 아베 정부의 용인 하에 달러 대비 약세가 올해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약세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우리 주력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와 실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대내외 불확실한 변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면서 "각 변수의 경로를 미리 예측하고 알맞은 투자 전략을 선제적으로 짜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올해 투자 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핵심 대외 변수다. 상품 시장 분위기를 좌우하고 있는 국제유가의 급락 영향으로 연초 상품 시장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지난해 12월 19% 급락한데 이어 올 들어서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유가 급락을 놓고 과거 1980년대 중반 이후 10년 이상 지속 된 장기 저유가 시대의 서막이라고 보는 시각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국제 유가 하락을 상수로 보지 말고 반등할 것을 대비해 투자 전략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평균 유가는 62.5~65 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평균 유가 하단은 57~59달러, 상단은 72~73달러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이사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전까지 달러화가 강세를 띨 것으로 보여 올해 2·4분기까지는 국제 유가 하락 압력이 존재한다"면서 "하지만 1994년, 2004년 미국 금리인상이 시작되면서 달러화 강세가 완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에는 국제유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이사는 "유가하락 국면에서는 달러화 투자자산 비중을 늘리고 유가하락이 마무리될 경우 상품,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비중 확대전략이 바람직하다"면서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운송, 유틸리티, 소비재 등에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안에 단행될 미국의 금리 인상도 위험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최근 성명서에서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해 "대내외 변수를 당분간 지켜보겠다"면서 비둘기적 입장을 나타냈지만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안에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미 연준은 "통화정책 정상화 착수(금리인상)에 인내심을 발휘할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의 최근 경제활동은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는 미국의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적어도 하반기 중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연준은 그동안 미국 경제를 두고 '완만한 성장세'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미국경제가 견고하다'며 좀더 낙관적인 견해를 내놨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달러화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를 키워 우리나라 등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 유출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란 말처럼 달러 강세 구간에선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선진국 시장에서 수익률을 올리는 전략을 취해볼 만하다. 윤영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강달러 구간에서는 이머징 증시는 절대 선진국 증시를 이기지 못한다"면서 "과거 사례를 봐도 미국 시장은 달러 강세 구간에서 타 지역 대비 항상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는 만큼 금과 같은 실물 안전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금값은 지난 2011년까지 고공행진을 벌였지만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결정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금 펀드들의 2~3년 장기 수익률이 최대 50%까지 손실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제 금 값은 5개월 만에 1,300달러를 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금값이 반등세를 보이자 금 펀드, ETF(상장지수펀드)의 단기 수익률도 빠른 속도로 나아지고 있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1월22일 기준 신한BNPP골드1(A)와 IBK골드마이닝자(A)의 1주 수익률은 9%를 웃돌고 있다. 최근 1개월 수익률도 각각 16.61%, 19.01%에 달한다. 국내에 상장된 금 ETF인 KODEX 골드선물(H)도 같은 기간 1주 수익률이 4.83%, 1개월 수익률이 8.17%를 기록했다. 자금도 유입추세다. 블랙록월드골드(H)(A)는 지난해 순유입액이 2억원에 그쳤지만 이달에만 8억원이 들어왔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 값이 급격하게 상승할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등을 고려하면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할 가능성은 높다"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10~20% 정도 차지할 만큼 매수 비중을 서서히 늘려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
취약한 다른 대외 변수에 비해 국내 기업실적은 그나마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3년 연속 4분기 실적시즌 중 대규모 감익이 진행된 탓에 4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높지 않다"면서 "4분기 실적 부진보다는 1분기 실적으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걸쳐 실적이 개선될 업종으로 전기전자, 하드웨어, 화장품, 미디어엔터, 음식료 업종 등이 꼽힌다"면서 "이들 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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