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막판 변수들이 돌출하면서 인수 후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 최대의 재무적 투자자였던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서 발을 빼기로 한데다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매각 작업 원점 검토를 주장하는 강성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민연금의 참여를 전제로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하고 있던 대우조선 인수 후보기업들은 기존 자금조달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해지자 대안 마련에 비상이 걸렸으며 내부 임직원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2일 “현재의 금융시장 상황에서는 대우조선해양보다 더 좋은 투자 대상이 많아 컨소시엄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후 본계약 이전에 컨소시엄에 추가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과 본계약 후 자금 대출을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밝혀 대우조선 인수자가 확정된 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뒀다. 국민연금은 다음주 중에 대체투자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를 포기한 것은 최근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GSㆍ포스코ㆍ한화 등 대우조선 인수 후보기업에 배당금과 더불어 연간 수익률 8.5~11%를 요구했지만 해당 기업들은 “너무 무리한 조건”이라며 난색을 표해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경색 여파로 ‘돈 가뭄’ 현상이 심화되면서 일부 기업의 회사채가 연간 수익률 18%에 유통되는 등 대우조선해양보다 더 좋은 조건의 투자처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도 “2개월 전과는 금융시장이 크게 달라졌다”며 “그때의 8.5% 수익률과 현재의 8.5% 수익률은 가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좋은 조건의 물건이 많은 만큼 굳이 부담을 안아가면서까지 대우조선 인수전에 발을 들여놓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당초 1조5,000억원가량의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던 국민연금이 본입찰 마감(13일)을 불과 2주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발을 빼자 인수 후보들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인수 후보기업인 A사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속내를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인수전에 끼어들어 혼란만 초래해놓고 이제 와서 빠진다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B사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불참할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로 방향을 선회해야 할 것 같다”며 “결국 국민의 돈으로 장난을 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C사의 한 관계자는 “우선협상자 선정 후 투자하겠다는 것은 국민연금의 생각일 뿐”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나 본계약 이후에도 국민연금과 손잡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번 인수전 최대의 ‘돈줄’이 사라짐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본입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를 영입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데다 현재의 금융시장 상황상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추가조달하기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사가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에 맞춰 자금조달계획을 짤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연금이 철회 입장을 밝힌 만큼 대우조선해양 가격이 올라갈 요인은 사라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치러진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 결선투표에서는 최창식 대우조선노조민주화 추진위원회(노민추) 후보가 53%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노민추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5개 조직 중 가장 강성으로 매각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현재 진행되는 매각 작업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가격적인 요소에서 높은 점수를 따기 위해서는 노조와 충돌 없이 작업을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며 “강성 노조가 새로운 집행부를 담당한 만큼 고용보장, 임단협 승계 등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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