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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 못한채 「해명장」 일단락/김현철 청문회
입력1997-04-26 00:00:00
수정
1997.04.26 00:00:00
황인선 기자
◎“생각 짧고 바르게 처신 못한 탓” 사과/물증 제시없이 질책성 신문으로 일관현철청문회는 한보비리의 「몸통」을 밝히지 못한채 여야 특위위원들의 훈계와 김현철씨의 사죄 눈물 속에서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장」으로 끝났다.
국회 한보국조특위는 25일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증인으로 불러 한보철강 특혜대출 외압과 각종 이권개입, 국정개입, 대선자금 유용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여야의원들은 현철씨 관련 비리의혹을 폭로한 박경식 G클리닉원장과 현철씨 핵심측근 (주)심우 대표 박태중씨,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의 엇갈린 증언을 바탕으로 신문에 나서 그동안 항간에 나돈 「소산게이트」의 진상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현철씨는 그러나 박태중씨와 김기섭씨 등과 입맞춤이라도 한 듯 이권개입 의혹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 이날 청문회는 결국 한보사태 배후실체를 캐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보청문회의 하이라이트인 이날 특위위원들은 비장한 각오로 출석한 현철씨를 상대로 『현철씨가 국정전반에 깊이 개입한 결과, 문민정부가 역대 최악의 정권으로 전락했으며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우리 경제가 혼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현철씨는 이에 대해 『제 문제로 인해 국정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국민과 아버님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제 생각이 짧고 올바르게 처신하지 못한 탓』이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사과했다.
그는 또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 『아버님이 물어보면 인사원칙을 말씀드렸고 일반적으로 명망있고 출중한 분들을 추천했다』고 고위층 인사개입 사실을 솔직히 시인했다.
현철씨는 그러나 「한보게이트」 배후실세로 거론된 「몸통」문제와 한보철강 열연설비 도입과정의 2천억원 리베이트설, 지역민방 선정개입, 대북 프로젝트 추진설, 개인휴대통신 사업자 선정 등 주요 이권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 없다』 『그렇지않다』 『사실이 전혀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어 『사법적인 사항은 검찰에서 처리될 것이다. 죄가 있다면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현철씨가 이처럼 각종 이권사업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한 것은 정말 개입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시인할 경우 그의 사법처리 문제와 직결되는 데다 아직까지 검찰조사 결과 구체적인 혐의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민회의 김경재 이상수 자민련 이린구 의원 등은 『측근 박태중씨를 통해 한보철강이 독일에서 열연설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2천억원의 리베이트를 챙겨 해외에 도피시켰으며 이성호씨(전 대호건설 사장)도 증인의 후광을 업고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권과 케이블 TV 운영권을 따냈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이량희 의원은 『박태중씨의 재산이 현정부 출범이후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 92년 대선자금의 남은 돈을 관리했기 때문』이라며 『증인이 박씨에게 대선자금 돈 세탁과 관리를 맡기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현철씨는 이에대해 『이들과 자주 만나 등산을 같이 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하는 사업에 대해 잘 모르고 도와준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밖에 한보철강 전환사채 보유설과 경영연구회 참석, 당진제철소 방문, 한보로부터 대선자금 수수설 등에 대해 『아는 바 없다』『아니다』는 답변으로 부인했다.
결국 여야의원들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현철씨가 사법처리로 연결될 비리의혹에 대한 단서를 찾거나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채 현철씨의 착잡한 감정에 호소하는 질책성 신문으로 사과를 유도했으며 현철씨가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기회만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다수 신한국당 특위위원들은 특히 현철씨가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인지 엄호성 질의와 소명 기회를 주기 위한 신문으로 일관, 「현철게이트」 진상규명에 소극적이었다.<황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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