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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7080'은 백일몽인가 다시 풀처럼 일어나라


지난 2004년 가요계는 특별한 징후가 있었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7080문화는 인기 절정이었고, 가요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 지속적으로 유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2004년부터 7080문화의 인기가 차츰 빛을 잃어가면서 예전의 기대는 한낱 백일몽일 뿐이었다는 실망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 광풍처럼 몰아쳤던 문화 착시 현상의 주범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7080문화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대중들이 잠깐동안 단순한 추억과 향수에 기댔던 일회성 나들이에 불과 했던 것일까. 그 원인들을 하나로 꿰뚫는 일은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원인이 산재해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우선 잠재적 팬들을 일깨우는 지속적인 노력이 없었다는 점에서 보면, 공연기획자, 방송ㆍ언론 관계자, 평론가들 모두 발전적 모색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노래가 그 노래고, 늘 같은 사람이 한데 뭉쳐 노래를 하니, 그 공연장을 몇 번 찾은 관객들은 추억과 향수만 맛볼 뿐 어떤 새로움을 즐길 수 없었다. 추억과 향수만으로 7080문화를 지탱해나가다 한계를 만난 것이다. 실제로 당시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뮤지션들이 깜짝 등장한 무대는 오히려 실망으로 가득한 경우도 많았다. “전성기 실력은 어디 갔는지 노래가 안 된다”, “당시 그렇게 노래가 좋아 테이프가 너덜거릴 정도로 듣고 따라 불렀던 그 소리가 아니다”는 식의 불평이 나오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 가수의 소리가 숙성되어 더욱 새롭게 들려야 하거늘 오히려 당시 아련했던 추억마저 망치는 모습을 보이는 가수도 있었다. 대중들은 왕년에 좋아했던 가수 얼굴 한번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되는 꼴이었다. 대중은 냉혹하다. 일말의 동정도 하락하지 않는다. 추억과 향수에 기댄 채 연명하려는 습성은 그리 길지 않아 외면 당한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아직도 불굴의 뮤지션들이 곳곳에서 자신의 세계를 개척하고 자기계발에 충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아도 팬들은 소리를 듣고 판단할 만큼 성장해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2003년 박강성의 공연장에는 중년의 팬들이 빨간봉을 들고 나타나 화제를 모았다. 그렇게 ‘7080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 용기는 오롯이 박강성의 노래를 사랑하는 것에 기인한 것이었다. 10대 소녀들이 꽃미남 스타들에게 열광하는 것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팬클럽 문화에 작은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지금, 늦었거나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지 않았고, 배는 침몰하지 않았다. 풀처럼 일어나라, 7080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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