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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토판과 컴퓨터

유사한 점은 또 있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이었으므로 서기들이 문서를 기록하는 방식은 점토판(CLAY TABLE)에 설형문자를 새겨넣고 구워내는 것이다. 즉 그때의 문서화작업은 특정한 장소와 시설을 요구했던 것이다.이러한 과정은 하이테크 시대라는 현대와의 기술적 격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데스크톱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처리 과정과 물리적인 면에서 흡사하다. 종이가 발명, 보급돼 이러한 번거로운 작업과정은 사라지고 복잡한 문서제작에 관한 전문지식을 보유한 서기라는 직업도 그 중요성이 작아졌다. 물론 문자해독률은 현대사회와 비교할 바가 못됐지만 종이의 발명으로 인해 문자라는 정보매체에 기술적으로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먼 옛날에 있었던 일련의 과정들이 현대의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불과 70년대만 해도 컴퓨터는 일반인들의 접근이 불가능한 대형 컴퓨터 체제 중심으로 고도의 전문교육을 받은 엔지니어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현재의 컴퓨터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 단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기술인 종이와 비교해도 정보의 휴대성이나 인터페이스의 친숙함에서 크게 뒤지고 있지 않은가. 비록 요즘은 어린이들까지 컴퓨터를 잘 다룬다고 할지라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어른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아직도 컴퓨터라는 매체가 전화기처럼 생활에 자연스럽게 용해된 하나의 도구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루 빨리 컴퓨터 기술을 한차원 높여 컴퓨터가 종이와 같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해야 진정한 정보사회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안공혁 현대투신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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