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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악재 기업 시총 8조 날렸다

법정관리… 계열사 지원… 어닝쇼크…<br>STX·동양그룹 등 4분의 1 토막까지 급감<br>실적회복에 주가 달렸지만 지금은 업황 호전도 어려워


올 들어 법정관리와 어닝쇼크 등 예고 없는 악재를 쏟아낸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8조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 주가는 한번에 터진 악재로 4분의1 이하로 축소되기까지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의 주가가 살아나려면 실적개선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올 들어 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의 시가총액은 올해 초 4,990억원에서 이날 기준 1,230억원으로 4분의1 토막이 났다. STX중공업도 연초 시가총액이 9,940억원이었지만 2,630억원까지 축소됐고 STX조선해양은 6,180억원에서 2,650억원으로 덩치가 줄었다. STX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장된 STXㆍSTX팬오션ㆍSTX조선해양ㆍSTX중공업ㆍSTX엔진의 전체 시가총액은 2조5,000억원에서 현재 1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동양그룹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시총이 5,320억원이었던 동양증권은 현재 2,800억원까지 줄어든 것을 포함해 상장된 5개사의 전체 시가총액이 3,590억원이나 증발했다.

어닝쇼크와 계열사 지원 등을 밝힌 종목들도 마찬가지. 지난 2ㆍ4분기 대규모 어닝쇼크를 보였던 GS건설은 시총이 올해 초 3조490억원에서 1조7,790억원 수준으로 밀렸고 삼성엔지니어링도 6조6,800억원에서 2조8,640억원으로 덩치가 반 이상 줄었다. 최근 한진해운에 1,500억원을 대여해주기로 결정한 대한항공도 연초 대비 주가가 1조4,000억가량 줄어들었다.

법정관리와 어닝쇼크, 계열사 지원 등 돌발 악재로 이들 기업에서 날아간 시총만 8조2,950억원에 달한다. 국내 증시에서 20위권인 KT(8조6,689억원)가 사라진 것과 맞먹는 규모다.

지뢰를 터트린 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은 한마디로 신뢰 저하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이 있는 위험기업들은 매니저들이 알아서 편입종목에서 제외하지만 알 만한 그룹주들이 휘청대기 시작하면 증시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다”며 “특히 동양그룹주로 인해 회사채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고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의 어닝쇼크로 기업들의 실적가이던스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형악재로 주가가 크게 내린 기업들에 대해 보수적인 의견을 보였다. 실적이 개선돼야 주가가 회복되지만 이들 기업의 업황이 녹록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TX조선은 원자재와 관련된 벌크선 수주가 많지만 수출이 아닌 내수시장 성장으로 눈을 돌린 중국의 정책 때문에 업황이 크게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며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 수주가 많지만 수주 환경을 개선시키려면 고유가와 원화약세가 필요한데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크게 업황이 일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의미는 회사의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높다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과 실적이 개선돼 주가가 오를 수 있는 것은 다른 얘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건설주들은 중동에서 받은 저가수주가 해소되고 고가수주로 다시 수익이 늘어나야 주가반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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