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백화점과 TV홈쇼핑의 판매수수료를 전격 공개했다. 지난 3년간 판매수수료를 낮추라는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는데도 이들 업체가 미동도 하지 않자 '수수료 공개'라는 압박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백화점 7곳과 TV홈쇼핑 6곳의 판매수수료율을 보면 물건을 판 뒤 백화점 등이 받는 수수료가 많게는 29.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옷 한 벌을 10만원에 팔 경우 업체는 백화점에 2만9,500원을 수수료로 주고 있는 것이다. 올해 평균 판매수수료율도 28.5%로 지난해 28.6%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공정위가 각 업체의 판매수수료를 세부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1년 백화점과 홈쇼핑 업계의 평균 수수료율을 공개한 적은 있다. 당시 업계는 판매수수료율을 3~7%포인트씩 내리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판매수수료율을 전격적으로 낮추는 후속 조치는 따르지 않았다. 공정위는 결국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업체별 판매수수료 공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 당시 평균 수수료율은 29.2%였다. 송정원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납품업체들이 수수료율을 충분히 알고 거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판매수수료율 정보는 물론 입점·납품 업체가 부담하는 추가 비용 수준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화점별로 보면 롯데(29.5%), 현대(28.6%), 신세계(27.8%) 등 상위 3사는 평균 판매수수료율 28.9%를 보였다. 이어 AK플라자(28.8%), 갤러리아(27.8%), 동아(25.2%), NC(22.8%) 등 나머지 4개사는 평균 26.8%의 수수료율을 나타냈다.
입점 업체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평균 수수료율이 29.4%로 중소기업(28.2%)보다 높았다. 해외 명품의 판매수수료율은 22.0%로 전체 평균 수수료율(28.6%)보다 6.6%포인트나 낮았다. 이와 함께 상품별 판매수수료율을 보면 의류가 높고 가전·도서·완구류가 낮았다. 이 가운데 셔츠·넥타이(34.9%)가 평균 판매수수료율이 가장 높았고 여성 정장(32.3%), 아동·유아 용품(31.8%), 레저용품(31.4%), 잡회·진·유니섹스(31.2%) 등이 뒤를 이었다. 또 디지털기기(9.8%), 대형 가전(13.6%), 도서·음반·악기(15.6%) 등은 상대적으로 수수료율이 낮았다.
TV홈쇼핑사의 전체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2011년 34.1%에서 지난해 33.9%로 소폭 하락했으나 올해 34.4%를 기록해 되려 2년 전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업체별 판매수수료율은 GS(37.9%),CJO(36.7%), 현대(36.6%), 롯데(35.2%), 홈앤쇼핑(31.5%), 농수산(28.6%) 순이었다. 성격이 다른 농수산홈쇼핑을 제외하면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출자한 홈앤쇼핑과 GS홈쇼핑과의 수수료율 차이는 6.4%포인트나 나는 셈. TV홈쇼핑 역시 대기업(32.0%)의 판매수수료율이 중소기업(34.7%)보다 낮았다. 힘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CJO홈쇼핑은 대·중소기업 간 수수료율 차이가 없었지만 롯데홈쇼핑은 수수료율 차이가 7.4%포인트에 달했다.
공정위는 판매수수료율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서 판매수수료율 관련 배점을 상향 조정하는 한편 계약기간 판매수수료율 부당 변경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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