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20% 가까이 상승하며 2,000포인트선에 다시 오른 가운데 코스닥지수는 제자리걸음을 하며 '증시 활황'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증시 내에서도 커다란 온도차를 보이는 것은 실적요인 외에도 코스닥시장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금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최근 들어 코스닥시장은 횡령과 배임ㆍ분식회계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우량기업으로 알고 있었던 기업이나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던 기업들이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로 투자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사례들이 빈발하면서 코스닥시장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달 들어 코스닥 대형주인 SSCP가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친환경 농업 기업 세실도 경영진이 횡령ㆍ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이 기업들은 공시를 통해 관련 의혹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상태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주가하락으로 투자자들은 이미 손실을 본 상황이다. 앞서 우회상장을 통해 증시에 진입했던 시가총액 4,000억원 규모의 네오세미테크는 결국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되며 수많은 투자자들을 울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살아나려면 건전성을 강화해 시장참여자들로부터 신뢰를 쌓는 것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황성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본부장보는 "코스닥시장의 활성화와 건전화는 양날의 칼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며 "지난 2년간 코스닥시장을 돌이켜볼 때 활성화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기본적으로 건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지난해 도입된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통해 기업의 질적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불량 기업들을 걸러내고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깐깐한 코스닥시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신뢰확보가 중요하다"며 "녹색성장기업에 대한 상장시 특혜가 예상되는데 이 같은 예외 조건이 나중에 부실 문제로 돌아오지 않도록 상장ㆍ퇴출 제도를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코스닥시장 건전화를 위해 금융투자협회의 프리보드(비상장 주권 매매거래를 위한 장외시장)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프리보드에서 충분히 검증된 기업을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키는 연계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의 체질 개선에는 제도나 감독 외에 투자자와 상장기업의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두 주체가 시장을 투기가 아닌 투자의 장으로 생각해 본질적인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석훈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장기적으로 믿을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며 "기업의 결실을 함께 갖는다는 입장에서 개인들이 코스닥 투자에 나선다면 시장 건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업들도 상장을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겠다는 생각 보다는 원활한 자본조달 창구로 인식하는 사고를 가지고 기업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