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의 이번 ‘대타협’은 ‘이대로는 생존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는 노사 공동의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현재 기아차의 상황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기아차는 지난 2006년, 200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국내 완성차 4사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커녕 현재의 생존을 위한 현금유동성 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여기에 글로벌 경쟁 심화, 원화강세 등 외적 시장환경도 갈수록 악화되면서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회사 측은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휴자산을 지속적으로 매각하고 심지어는 유럽의 재고차량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고육지책까지 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금유동성 위기의 해법은 되겠지만 영속성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상황은 10년 전 경영난으로 부도를 맞은 경험이 있는 기아차 임직원 모두에게 과거의 아픔을 일깨워주는 계기로 작용한 듯하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과거 시장환경이 좋았을 때 내부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한 결과가 지금 우리를 곤경에 빠지게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임원들의 임금삭감, 전환배치 합의 등은 혁신적인 내부개혁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노사 모두 공감한 결과”라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기아차는 이번 전환배치 합의로 신규 채용 없이 기존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추가 인건비 투자를 줄이고 효율적인 인력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며 모하비 외의 라인으로 전환배치가 확대될 경우 획기적인 인건비 절감 및 시장대응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임원들의 임금삭감, 전환배치 합의 등이 임직원들의 자발적 의지로 실현됐다는 점에서 적자탈출을 향한 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앞으로도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 조직문화 합리화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우선 국내외 환율 환경을 고려해 원ㆍ달러 환율 900원을 견딜 수 있는 차종만 양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출시되는 5개 차종을 포함해 오는 2011년까지 출시될 총 14종의 신차에서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3월부터는 조직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New KIA’활동도 펼친다. ▦원칙을 지키고 임직원을 배려하는 ‘회사 및 현장의 관행 개선’ ▦경영진의 현장 스킨십 강화 및 직원가족 참여 프로그램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강화’ ▦경영진 특강과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한 ‘체인지 리더 양성’등이 ‘New KIA’ 활동의 골간으로 전 임직원이 회사의 자구노력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할 때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이라도 현실을 자각하고 새로운 계기를 만든 것은 평가할 만하다”며 “위기의식으로 인해 정신무장이 한층 강해졌고 합리적 인력 운용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강력한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환골탈태한 기아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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