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주식회사 / 브루스 피아세키 지음, 비즈니스맵 펴냄<br>도요타·HP 친환경적 상품 개발 등 앞장<br>'사회적 책임' 앞세워 새로운 성장 모색
꼬마 제럴드 맥그로는 만일 자기가 동물원 주인이 된다면 평범한 네발 호랑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리가 열 개 달린 호랑이를 찾아내겠다고 말한다. 제럴드는 여기서 만족하지 온갖 신기한 동물과 동물을 사로잡을 때 이용한 특이한 기계에 관해서 늘어놓는다.
미국 동화작가 닥터 수스의 동화책 '내가 동물원을 운영한다면'의 줄거리다. 책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북돋워준다는 원래 창작 의도 외에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글로벌화를 비유할 때 자주 이용되기도 한다. 세상에 없었던 제품을 만들고 이를 판매하기 위한 대기업의 다양한 전략적 무궁무진함이 꼬마 제럴드의 상상력과 비슷하다는 점에서다.
1970년대 이후 30여년간 기업의 무한질주로 글로벌화가 가속화 되면서 기업이 신 파워 그룹으로 떠올랐다. 세계 100대 경제주체 중 기업이 51개로 절반을 넘었으며, 전 세계 자산의 20%가 100대 다국적 기업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경영컨설팅회사인 미국위기관리그룹(American Hazard Control Group)의 창립자인 브루스 피아세키 사장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자본주의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한다.
경제발전 속도와 비례해 환경이 오염되고 빈부의 양극화가 가속화되며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가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 뻔히 보이는 공멸의 길로 갈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통한 공존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는 것.
기업의 사회적 책임강화를 위해 저자는 'S프론티어'라는 이론을 소개한다. 18~9세기 미국 서부 개척(frontier) 정신의 이념에서 빌려온 것으로 그 핵심은 '사회적 책임 자본주의(Social Response Capitalism)'에 있다. 사회적 책임자본주의란 기존의 자본주의 이념에 친환경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혁신의 의미를 추가한 것이다.
저자는 "가격과 품질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기업전략의 신(新)삼위일체를 확고히 해야 한다"며 "세번째 사회 변수를 무시한다면 직업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치명적인 재앙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이 같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문화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리더는 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배우고, 새로운 성장의 길을 찾아야 하며, 사회에 대한 책임을 기업 내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사회적책임자본주의를 성실하게 실천하는 기업으로 도요타와 HP를 꼽았다. 도요타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으로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기업보다 친환경적 상품 개발에 재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HP는 인간중심의 기업을 하면서도 10년 넘게 4개의 거대한 비즈니스(▦프린터 및 화상시스템 ▦개인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업스토리지 및 서버)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선정 배경이다.
저자는 기업이 당면한 사회적 책임 완수의 중요성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가까운 미래에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적ㆍ환경적 쇄신은 불가능하다.
우리 모두가 최근 우리 삶의 질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 우리가 마시고 숨쉬는 대기의 오염이 우리의 몸을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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